01 아빠가 쓰러졌다.
01 아빠가 쓰러졌다.
  • 김재용
  • 승인 2021.10.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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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해 온 나라가 소란하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 모여서 여가를 즐기던 일상도 모두 송두리째 바꾸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여 보고된 새로운 유형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인 SARS-CoV-2에 의해 발병한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다. 바이러스가 뭔지, 눈에 뜨이지도 않게 전 세계를 순식간에 점령하여 현재 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외부에서 일상적 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건강관리 차원에서 산책을 한다든가 마실을 다녀오는 일, 친구와 노닥거리거나 차를 마시는 여유가 없어졌다.

지난여름 어머니로부터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께서 시름시름 앓고 계셨다. 응급실로 모셔가서 한 밤을 지새웠으나 기력이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고, 정신을 잃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신경외과를 비롯해서 의심되는 진료과를 찾아 다녔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외출도 못하시고, 동네에서 걷기도 못하시고, 교회도 사회적거리두기로 인해 비대면 예배의 상황이었기에 문밖을 나서보지도 못하고 24시간 내내 집에 계시면서 우울감이 증가했고, 치매 증상도 급증하게 되었다. 인사불성의 상황은 며칠 병원 신세를 지니 호전되어 퇴원하셨는데, 옆에서 모시고 있다 보니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이런 질문이 내게 스쳤다.

아버지의 유년시절과 청소년기는 어땠을까?

아버지는 어떤 꿈을 꾸며 젊은 날에 미래를 설계하셨을까?

아버지는 1944년 생으로 백마부대원 보병으로 월남에 파병되었다. 내가 중고등 학생 때, 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이면 소주병을 달고 사셨다.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고 의지박약한 분처럼 보였다. 그 당시에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월남에서 어린 20대의 청년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타지에서 기후도 낯선 곳에서 군기는 바짝 든 상태로 생활했을 것이며, 옆에 있는 전우가 죽어나가는 모습을 볼 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물어도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는 그 힘든 기억과 삶을 술로 묻었고, 마음에 가득 찬 응어리를 그때야 풀곤 하셨던 것이다.

이제 내 나이 50,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해보니 아버지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아버지의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아버지의 단편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퍼즐을 완성해 드리고 싶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잃어버리기 전에 아버지를 찾아드리고 싶다.

아빠, 조금 만 더 기억하고 조금 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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