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을 벌어 무엇에 쓰려 하는가?
일 년을 벌어 무엇에 쓰려 하는가?
  • KMC뉴스
  • 승인 2021.09.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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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금지법시행규정개정을 일 년 보류시킨 제106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결정에 대한 논평

"일 년을 벌어 무엇에 쓰려 하는가?"

어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예장통합) 교단 총회에서, 일명 ‘세습촉진법’이라 불리던 시행규칙 개정 시도가 일단은 무산되었다. 잠시 안도하지만 여전히 많은 걱정이 앞선다.

이번 논란은 예장통합 교단의 내부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세습을 금지하는 상위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하위 규정을 통해 상위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비상식적인 시도를 총회의 공적기구가 감행했고, 개정안이 총회까지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시도를 견제하고 정화할 어떤 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 이것은 교단 내 권력자들이 총회 안에서 지닌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산하 교회와 교인들을 얼마나 보잘것없게 여기는지도 알게 해 준다.

총회의 결정 자체에도 큰 문제가 있다. 먼저 ‘보류’란 결정 자체가 심히 부당하다. 왜 속 시원히 모든 것을 폐기하지 않고 일단 보류하는 것인가? 또 ‘일 년 간 더 연구하겠다’는 언급에서 우리는 불길한 예상을 하게 된다. 헌법위원회와 임원들은 이번에 확보한 일 년의 말미를 악용하여 안을 정교히 다듬고, 다음 총회에 재상정할 계획을 연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싼 지난 모든 과정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먼저 문제를 던져 사람들이 익숙해지게 만들었고, 반대 소리가 강할 때면 잠시 포기하는 척하여 상대진영이 방심케 하고, 그렇게 얻은 말미를 이용해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워 다시 세습을 추진했다. 그 계획의 정점이 104회 총회에서 김삼환 목사를 깜짝 등장시켜 총대들의 마음을 홀리고, 그 여파를 몰아 순식간에 불법수습안을 가결시킨 작전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찬성 측 인사들의 탁월함과 성실함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통합 총회 임원들과 헌법위원들에게 정확히 묻고 싶다. 연구를 위한 보류도 세습금지법 폐지라는 더 큰 그림을 위해 이미 계획된 단계는 아니었는가? 이번 건도 그런 수순을 밟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 우리는 여러분의 악한 계획이 실행되도록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악을 선으로 둔갑시키는 이 희한한 요술이 한국교회에서 통하지 않도록 생명이 다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다시 권고한다. 이번에 획득한 일 년의 말미를 악용해 더 큰 악을 도모하지 말고, 세습을 지지한 죄를 회개해가며 교단을 갱신하라.

 

2021년 9월 29일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박종운 윤선주 최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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