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뭘 좀 먹었니?
추석에 뭘 좀 먹었니?
  • 신상균
  • 승인 2021.09.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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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벨이 울립니다.
아버지의 전화였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서울에 가지 못했습니다.
아버지가 추석날 잘 지냈는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셨습니다.
“뭘 좀 먹었니?”
“네 아버지, 잘 먹었어요”
“뭘 먹었는데?”
“송편도 먹고 전도 먹고 잡채도 먹고 식혜도 먹었어요?”
“고기는?”
“고기도 먹었어요. 불고기도 먹고, 등심도 먹고, 채끝도 먹었어요.”
아내가 차린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사온 음식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전화기에 대고 말했습니다.
“서울에 못 간다고 성도님들이 챙겨 주셨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허허허 웃으십니다.

추석날 서울에 못 가는 대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저처럼 추석에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함께 예배드릴 분들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금년에는 식구들이 집에 올 계획인 것 같았습니다.
그때 은퇴 장로님과 권사님 부부가 오시겠다고 하십니다.
목사님 예배드리는데 아무도 없으면 안된다고 함께 예배드리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성도님들이 식구가 없어 쓸쓸할까 예배드리려고 했더니,
성도님들은 목사님이 쓸쓸할까봐 함께 예배드리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오는 분은 가족과 함께 예배드리라고 하면서 만류했습니다.
그때 홀로 사는 성도님이 예배에 참석하신다고 속장님이 연락이 왔습니다.
추석날,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후 차 한 대가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성도님은 차가 없는데, 누구지?’
차를 타고 오신 분은 얼마전까지 제사를 드리다가 추석날 예배를 드리게 된 집사님이셨습니다.
목사님이 교회에서 추석에 드리는 예배를 드린다고 해서 배우러 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집사님 부부와 우리 식구가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 후 아내는 고기를 그 집사님 부부에게 드렸습니다.
집사님이 돌아간 후 아내는 말합니다.
“그 성도님 오신다고 해서 고기하고 용돈을 준비했는데, 다른 분에게 드렸네요.”

교회는 서로 서로 챙겨주는 곳입니다.
성도는 목사를 챙기고, 목사는 성도를 챙기고
그래서 교회 다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배고프지 않습니다.
이번 추석 서울에 가서 부모님을 뵙지 못했지만, 부모님 대신 성도님들이 해준 음식으로 배불렀고, 서울에 가서 부모님에게 고기 대접을 못했지만 성도님에게 고기 대접을 했습니다.

지금 또 벨이 울립니다.
권사님이 족발을 해 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이번 추석 잘 먹고 잘 지낸 추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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