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되었습니다.
완판되었습니다.
  • 신상균
  • 승인 2021.09.1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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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오후 2시, 몸빼 바지를 입고 손에는 장갑을 끼고, 발에는 장화를 신고, 머리에는 모자를 쓴 성도님들이 교회로 모여 들었습니다. 교회 본당에 앉아 예배를 드리더니 손에 호미를 든채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교회 밭이었습니다.

지난 5월 16일 밭에 심었던 고구마를 캐기 위해 각 선교회별로 둔덕에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 빛 속에서 호미로 땅을 긁기 시작했습니다.

“와. 이 고구마, 너무 예쁘다.”

“와, 여기는 큰데”

저마다 땀을 흘리며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둔덕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어떤 사람은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 세운채, 어떤 사람은 땅바닥에 털석 앉아 조심스럽게 고구마를 캐었습니다.

하나 하나 고구마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길쭉한 고구마, 둥그런 고구마, 옆으로 삐진 고구마, 손가락 만한 고구마, 주먹만한 고구마, 각종 고구마들이 자태를 뽐내며 둔덕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고구마를 10키로 박스에 담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넷, 고구마의 박스가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150박스를 준비했는데 금방 150박스가 다 차버리고 말았습니다.

준비 된 박스가 없어서 다른 상자에 고구마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걱정은 시작되었습니다.

“ 이 많은 고구마를 어떻게 하지?”

고구마를 캐기 전 성도님들에게 고구마 주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90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약 60개가 남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150박스보다 훨씬 더 많은 고구마를 수확하게 되니 나머지를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성도님들의 가정을 심방할 때마다 판로를 열어 달라고 기도했는데, 정말 판로가 열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여기저기 주문이 들어오더니 150박스가 다 팔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또 걱정이 되었습니다.

박스에 포장하지 않은 남은 고구마를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교역자 사모 성회가 있어서 저는 다음날 남은 일을 맡기고 성회장소로 갔습니다. 그곳에 가서 고구마 이야기 했더니 목사님들이 고구마 농사 졌다가 팔리지 않아서 고생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셨습니다.

정말 큰일 났습니다.

교회 밴드에 성도님들이 고구마를 박스에 넣어 포장하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무려 50박스나 되었습니다.

‘이 많은 고구마를 어떻게 하나?’

그런데 잠시 후 판매하시던 권사님이 글을 올리셨습니다.

“고구마 완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순간 왜 그리 감사한지...

200박스의 고구마가 캔지 이틀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못 팔아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팔 고구마가 없어서 안타까왔습니다.

어떻게 고구마가 잘 팔렸을까요?

고구마가 잘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빛깔도 예쁘고 크기도 적당했습니다. 그리고 맛도 좋았습니다.

선물해 드렸던 분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이렇게 좋은 고구마를 보내 주셔서 감사해요.”

잘 되면 완판됩니다. 그러나 잘 못 되면 하나도 안 팔립니다.

우리의 목회는 어떤 목회일까요?

잘 되는 목회일까요, 안되는 목회일까요?

지난 세월이 눈 앞에 떠오릅니다.

일부러 밭을 지나가던 날들, 고구마 줄기를 보면서 기도하던 날들, 사람들에게 고구마에 대해 물어보며 고구마에 대해 배우던 날들

목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부러 성도의 집을 지나가는 것

성도의 모습을 보면서 기도하는 것

목회에 대해 물으며 목회를 배우는 것

농부가 농사를 지으며 안타까와 하는 것처럼, 우리가 목회를 하며 안타까와 하면

하나님께서 고구마를 축복해 주셨듯, 우리의 목회도 축복해 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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