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세상' 네트워크 출범 선언
'평등세상' 네트워크 출범 선언
  • KMC뉴스
  • 승인 2021.09.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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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이 존엄한 평등세상을 열고자 뜻을 함께하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모임’(이하 ‘평등세상’)은 개신교와 가톨릭을 아우르는 반차별 반혐오 그리스도교 연대 네트워크로서 오늘 9월 6일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6일(월) 오후 2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종로구 대학로19)에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연대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비대면으로 진행됐으며 온라인으로(실시간 중계 유투브 ‘평등세상’ 검색) 중계됐다.

정혜진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박승렬 소장(NCCK인권센터), 박상훈 소장(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이 발언했으며, 하늘(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과 종걸(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이 연대발언을 했다. 성명서 낭독은 서총명(무지개신학교), 정다빈(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이 맡았다.

* 각 순서자 발언문

발언 1. '평등세상 공동대표' 임보라(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

오늘 이 자리는 하나님의 이름을 내걸고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사회적 합의라는 말로 기본적인 권리가 짓밟히는 현실을 묵인하며 핑계를 일삼는 이들이 아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라고 하신 일들을 믿음을 갖고 실천하기로 다짐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울려내기 위한 자리 입니다. 지난 목요일 비혼/부치/퀴어 페미니스트 난새님의 49재를 맞아 난새의 마지막 페미니즘 캠프가 열렸습니다. 난새님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지, 얼마나 조직을 잘해왔는지, 얼마나 그 많은 고민들을 글로도 잘 풀어냈는지, 얼마나 반려견들을 사랑했는지 유쾌하게 웃기도 했지만 결국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인권법인 차별금지법 제정 투쟁이 무려 14년째 이어지는 동안 성소수자 커뮤니티 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장례가 치뤄졌는지 상상도 못할 것 입니다. 동시에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여 14년째 전심을 다해 싸워온 여정, 그리고 비단 성소수자 인권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권을 위해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연대해왔는지요. 2007년 말, 보수 기독교 세력이 차별금지법의 ‘성적 지향’ 조항에 대하여 ‘동성애를 허용·조장’한다며 거세게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 기독교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이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1월, 국회도서관에서 차별금지법 기독교 토론회를 기획하고 개최했습니다. 그해 봄에는 4월 말, 기독교 내의 모든 차별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여는 예배를 드렸습니다.

현재는 물꼬기라는 퀴어 그리스도인 모임으로 명칭이 변경되었지만, 우리의 모임은 퀴어스러웠고 이道저道 무지개 축제를 열며 차별과 혐오없는 세상을 위해 노래하며 춤추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연대했던 기독교 단체들이 하나둘씩 성소수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부에서의 문제제기가 있다는 이유로 탈퇴했던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시기, 반동성애를 기치로 걸고 나선 이들이 적극적인 공세를 펴기 시작한 때 입니다. 뭉쳐야 했는데, 흩어졌고, 잡을 방법이 막막했습니다. 이후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습니까? 퀴어문화축제를 폭력적으로 방해하는 사건들, 교단법을 개정하여 성소수자와 앨라이들을 탄압하는 사건들, 마구잡이식 이단 몰이를 하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리고, 부고를 들을 때면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의 인권운동이 무언가 잘못되었던 것은 아닐까?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하며 숨죽여 우는 날도 많았습니다.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사회도, 교계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중,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민의원, 박주민 의원, 권인숙 의원이 차별금지법, 평등법, 평등에 관한 법률,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을 발의하였으나 , 현재 안건으로 올리지를 않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된다고 하여 당장에 이 사회에 만연된 차별과 혐오가 일거에 없어지지는 못하겠지만, 차별을 차별이라고, 혐오를 혐오라고 명확히 말하고 더이상 차별과 혐오가 발붙이는 일이 없도록 누군가의 마땅한 권리를 짓밟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마땅한 일일 것 입니다. 더욱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서의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무엇이 차별이고, 차별의 결과가 무엇이고, 그리하여 차별의 벽을 깨트리고 생명 살리는 길로 나아가는 복음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더이상 침묵하거나, 나와 상관없는 일로 방관해서는 안될 것 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날로 추락해가는 이 때,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면서 날 선 칼을 휘둘러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일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우리만 빼고! 라며 차별과 혐오를 양심과 종교의 자유로 포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가뜩이나 차별해도 되는 종교, 평등을 원치않는 종교로 자멸하는 길을 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 민생이 걱정된다면 가난한 이웃들의 자리에서, 진정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염려된다면 교회 내 성폭력 사건들의 피해자들의 편에 먼저 서기 바랍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은 성소수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형태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환대의 실천을 이어갈 것 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발언 2 '평등세상 집행위원' 오수경 (청어람 ARMC)

안녕하세요. 저는 개신교 단체인 청어람 ARMC에서 일하고 있는 오수경이라고 합니다. 뜬금없이 꽃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지난봄 저는 백일홍 씨앗을 심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씨앗을 심고, 떨리는 마음으로 물을 주며 가꾸니 화답이라도 하듯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백일홍이었지만, 꽃은 저마다 달랐습니다. 어떤 건 자줏빛에 가까웠고, 어떤 건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분홍빛이었습니다. 심지어 하얀 꽃도 피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뿌리지도 않은 채송화 씨앗도 어디선가 날아와 꽃을 피웠습니다. 저마다 다른 빛깔과 다른 생의 주기를 가진 알록달록한 생명을 보는 기쁨이 참 컸습니다. 한 가지 종류의 한 가지 빛깔의 꽃만 피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나요? 봄에만 꽃이 피고 나머지 계절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나요? 세상이 아름다운 건 제 빛깔을 가지고,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주 부르는 찬양이 있습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오시오. 하나님은 당신이 있는 모습 그대로 오시길 원하십니다.” 이 찬양을 좋아하면서도 저는 꽤 오래 저와 다른 이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며 그것에 신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가르침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왔습니다. 마치 저마다의 속도로 다양하게 피는 꽃들 중 단 하나의 빛깔의 꽃만 ‘진짜 꽃’이라 인정하고 다른 꽃의 존재는 부정하듯 말이죠. 하나님이 지으신 다양한 생명을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갈 세상을 위해 협력하는 법을 모르는 상태로 살아온 것입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그리스도인이 그런 배제와 차별의 신앙을 굳게 실천했습니다.그러나 저는 이제 하나님이 지으신 존재를 차별하는 걸 그걸 신앙의 이름으로 승인한다는 게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실천적 사랑과 배치된다고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의 선언대로, 그리스도인이라서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그리스도인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오늘 여러분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자고 초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차별이 차별인지 모르고, 신실하게 차별하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두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차별금지법은 차별이 존재하기에 필요한 법입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의 이웃들은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의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을 당하며 헌법이 보장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목적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벌’에 있는 게 아니라 그동안 차별인지 모르고 행했던 것들이 ‘차별’ 임을 알게 하고, 개선하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게 내가 가진 종교적 신념과 배치된다고 생각한다면, 차별주의자가 맞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셨고 심지어 ‘죄인 되었을 때’에도 우리를 자녀로 삼으셨으므로 차별금지법은 주님의 뜻에도 부합하는 법이다.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 차별인지 학습하고, 차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지, 차별금지법 반대가 아닌 것입니다.

둘째, 차별금지법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도 필요한 법입니다.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교회 다닌다고 말하고 부끄럽고, 무섭다’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는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개신교회와 그리스도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까요? 개신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사회적 격리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개신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 등 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부를 결속하여 폐쇄·고립의 길로 갈 것이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세상을 섬기며 사랑을 실천하는 빛과 소금의 길로 갈 것이냐. 전자가 과거의 길이고, 후자가 미래의 길이라면, 개신교회는 존립을 위해서라도 미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꽃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저마다의 속도와 빛깔을 가진 다양한 꽃들이 존재하는 게 순리이듯, ‘있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며 저마다의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 기여하는 종교가 필요합니다.

발언 3 _ '평등세상' 공동대표 천주교 박상훈 신부

한국 가톨릭은 목숨을 내놓는 신앙으로부터 시작했다. 초기 가톨릭 신앙인들이 갈망했던 하느님 나라는 신분 차별과 사회경제적 착취를 기반으로 삼은 당대의 체제와 함께 갈 수 없었다. 신해박해(1791년)부터 병인박해(1866년)에 이르기까지 70년 넘게 일만 명의 신앙인들이 순교했다. 순교자는 신앙을 증거하다 희생당한 사람이지만, 아울러 하느님의 정의와 인간의 존엄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기도 하다. 순교자는 하느님 나라를 거스르는 모든 것에 대항해 투쟁하고 헌신하며, 예수처럼 살아간 사람들이다.

한국 가톨릭 교회는 9월을 순교자 성월로 정해 해마다 이 기억을 되살리며, 예수의 자비와 정의가 신앙인들의 삶 안에 다시 생동해서 이 세상에 스며들도록 기도하고 염원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는 언제나 신실하고 진실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이다, 경제 규모가 세계 몇 등이다 하는 사이, 다른 편에서는 빈곤과 죽음, 차별과 배제가 넓고 깊게 퍼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십자가에 달린 무수한 익명의 희생자들도 있다. 하느님께서 무고한 예수를 되살리셨듯이, 하느님의 영광은 이들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에 신앙인들이 참여하는 것도 바로 이 희생자들을 위해서 이고 다시는 이런 무고한 희생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느님의 생명을 선택하는 것, 그 이외에 어떤 그리스도인의 소명이 있겠는가.

최근, 가톨릭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모든 형태의 차별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차별 금지 법안의 일부 조항이 동성애 행위를 옹호하고 성정체성을 자의적으로 규정한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발표했다 (2020년 9월 7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에서도 교구장 이름으로 생명주일 담화를 통해 비슷하지만, 훨씬 거칠고 공격적으로 ‘가정과 혼인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을 확인해 주었다(2021년 5월 2일). 가톨릭교회 보편 교리서에도 동성애는 ‘본래적으로 무질서한 행위’이며 ‘생명 전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목적으로 이들을 “존중하고 공감하며 사려깊게” 대해야 한다는 행동양식이 이어서 병기되어 있다.

성윤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다른 종교에도 중요 원리가 있는 것처럼 하나의 ‘원리’이다. 이 원리가 이성애와 전통적인 자연법 중심에서 벗어나 있지 않고 이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생명위원회 등이 생각하는 것처럼 차별금지법이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의 반대를 동성혼 등을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는 위원회가 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다루는 것은 교리나 신념이 아니라 ‘차별 받는 현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뿐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수 많은 차별이 인간 존엄을 파괴해서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절박한 현실 앞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그리스도교 복음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깊은 매혹의 태도”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깊게 새겼으면 한다 (인간의 구원>, 1979). 아울러, “가톨릭 원칙은 변하지 않으나, 윤리적으로 복잡한 현실 안에서 매우 다양한 경우에 동일한 방식으로 이 원칙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언도 숙고하길 바란다 (<사랑의 기쁨>, 222).

가톨릭의 교회의 사명 가운데 하나는 ‘배제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다. 예수는 사람들의 허물이나 죄를 본 것이 아니라, 언제나 그들의 고통을 먼저 봤다. 영혼을 구하는 교회의 사명이란 차별과 배제로, 억압과 폭력으로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을 온전한고 충만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차별과 고통이 현실이 만큼 자비의 실천과 정의의 투쟁도 현실이어야 하며, 그 과정은 치유의 희망으로 고무된 고백과 회개와 정리의 시간이어야 한다. 문 밖으로 내던져 지기 전에, 교회는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겠는가?

발언 4. _ '평등세상 공동대표' 박승렬 NCCK인권센터 소장

이 시간 우리는 교계 내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의 존엄과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을 기억합니다.

임보라 목사님, 몇 년 전 주요 개신교단 총회에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결의가 된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정부에서 공식 인가한 대학에서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무지개 깃발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징계당한 장신대학교 학생들, 대전신학교에서 신학의 자유와 학문적 양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후학을 양성해 오시고, 성소수자에 관한 학문적 연구와 논의를 이끌어 온 신학자, 통합교단의 허호익 교수님에 대한 면직 및 출교 처분,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2년의 정직 처분을 받고 이제 사회법정에서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님 그리고 느헤미야 기독연구원의 김근주 교수님까지.

우리는 이제 이들을 혼자 두지 않을 것입니다.

평등세상은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지지자들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될 것입니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와 근본주의적이고 문자주의적인 성서해석을 넘어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마음이 상한 자들, 눌리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하나님의 무조건적 사랑을 이 세상에 구현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이며 교회 공동체와 목사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임을 다시 한번 확언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목회를 지향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지지합니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며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바로 삶의 가치로 여깁니다. 예수는 유대인들의 율법의 높은 담을 뛰어넘고 큰 사랑을 택하였으며 잔인한 로마법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라”(요한복음 13:44)는 새로운 계명을 선포하셨습니다.

각 시대마다 고통당하는 이들의 탄식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며 긴밀히 연대해 나가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책무이자 의무입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게 되기를 기원하고 이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축복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모든 생명을 존엄히 여기는 우리 기도의 우리가 걷는 평등과 환대의 여정에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와 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은 모든 이들에게 평등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몸 된 교회가 소수자와 함께하는 사랑과 우정의 공동체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계속해서 성소수자와 지지자들과 연대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한국교회 각 교단총회에서 소수자들의 존엄과 인권에 반하는 정책과 제도, 헌법 등을 모니터링 해나가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교회 내 정책을 위해 지속적으로 일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사랑과 우정의 교회 공동체를 위해 일하며 서로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의 장을 열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과 연대하며 다시 한번 그분들이 품었던 사랑의 마음을 강력 지지합니다. 아울러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사랑과 환대의 공동체로서 회복하기를 바라는 모든 신앙인들과 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연대하고 있는 세계의 모든 에큐메니칼 동지들과 함께 새 길을 열어나갈 것입니다.

이 길에 많은 그리스도인들께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대발언 1. 이종걸_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연대 네트워크’의 출범을 온 마음 다해 지지합니다. 뜨거운 연대의 마음을 보내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교내 단체들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차별과 혐오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원칙을 종교의 언어로 드러내고, 세상과 연대하고자 이렇게 모였습니다. 종교는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자유와 평등을 위해 용기 내어 행동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앞으로 헤쳐가야 할 수많은 힘든 여정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존재에 대해 차별해야 한다고 말을 쏟아내며 그것이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상과도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대로서 교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도 이러한 여정에 함께 연대하고자 합니다. 투쟁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가 열리듯이, 연대로 평등한 세상을 마주합시다.

저는 신앙의 힘을 믿기도 하지만, 그 신앙을 통해 인간의 삶 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존엄과 권리를 위해 싸우는 수많은 그리스도교인들을 믿습니다. 올해 초부터 정말 각계의 다양한 시민들이 차별금지/평등법 연내 제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이어온 반차별 운동과 연대의 정치의 과정이기도 하면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난 것이기도 합니다. 차별금지/평등법의 연내 제정이 되면, 앞으로는 우리 모두가 평등해야한다는 감각이 생길 것입니다, 평등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권력기관들이 책임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인식이 마련되고, 종교 역시 이러한 사회의 원칙을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내 교인들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역사 속에서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네트워크의 출범으로 평등한 세상에 그리스도교인들도 함께 할 것이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21대 국회도 하루 빨리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평등의 시간에 합류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다시 한 번 네트워크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대 발언 2.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

저는 오늘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대표’이자 ‘그리스도교 신자 중 한 명’으로서 발언하고자 합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정기모임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찾아옵니다. 그중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바로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에 관한 것입니다. 당사자 분들은 종교와 성 정체성 사이의 갈등이나, 신앙인 가족들의 폭력 등 실존적인 문제를 호소합니다. 또한 그 부모들도 아이가 죄악시 여겨지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에 고통스러워하고 세계관까지 흔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물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들이 제게 게이라고 커밍아웃했을 때, 마치 제 존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 고통을 어딘가에 토로할 수도 없고 속으로 삼키며, 그저 하느님께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은 다른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를 찾아 나서야겠다는 결심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창설멤버이자 대표로서 지금까지 활동하게 된 것이지요. 저는 이제 교회들이 내세우는 교리가 곧 진리가 아님을, 교회가 말하는 ‘정상’이 신이 아닌 교회지도자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정의되어왔다는 사실을 압니다.

앞선 이러한 경험들 때문인지, 정기모임에서 만나는 분들 특히 종교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당사자 분들과 부모님들을 마주할 때면 더욱 마음이 쓰입니다. 정기모임 현장에서 이를 주제로 한 대화는 자칫 평행선을 그리거나 충돌하기도 합니다. 서로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바가 다른 탓이겠지요. 성소수자 혐오적인 교리를 따르고 이를 근거로 신앙생활을 해온 분들과 원만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정기모임 현장에 앨라이 성직자, 수도자, 학자 분들께서 꾸준히 함께 해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신앙으로 인한 갈등으로 고통을 안고 오신 분들을 환대해주시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공감하고 또 진심어린 조언과 도움을 주시는 모습에서, 저는 교회 안에서 찾지 못한 예수님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정기모임이 끝나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밝아진 얼굴로 저희를 찾아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교회는 전혀 기대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희망을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소수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이 겪는 고통에 동참하는 작은 공동체와 교회들을 보아왔고, 저 또한 정기모임을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이들과 함께하며 그 안에 예수님이 함께 계신다는 걸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이 희망을 보다 더 크게 품고자 합니다. 그렇게 함께 활동하고 연대해왔던 그리스도인들이, 오늘부로 반차별과 반혐오 그리고 평등세상을 지향한다는 한뜻 아래 공식적으로 연대망을 구축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호 소통과 연대 그리고 일치를 통해 평등세상을 실현하려는 공동체가 이제 본격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는 이 소식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 특히 교회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품도록 해줄 것입니다.

제도화 이전 초기 교회 공동체는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이렇게 만들어진 연대 네트워크 또한 초기 교회를 연상케 합니다. 평등과 사회정의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을 역설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이를 몸소 실천하고 당대 사회에 파급을 주었던 초기 교회 공동체처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연대 네트워크” 또한 우리 한국사회에 큰 울림을 가져다주기를 바랍니다.

저와 성소수자부모모임 또한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이 도래하는 그날까지 늘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평등세상') 출범 선언문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합니다!”

나치가 지배하던 독일에서 차별받고 혐오 당하던 소수자들인 유대인들과 운명을 같이했던 그리스도인 디트리히 본회퍼는, 모든 시대의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물음은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누구신지, 어떤 분이신지는 예수님이 함께하며 사랑하셨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시대 정결치 못하다며 혐오 당하던 사람들, 죄인이라며 배제당하던 사람들, 존재를 부정당하던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사랑하셨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어울려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 공동체를 이루셨습니다. 예수님은 “여러분이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입니다.”(마태복음서 25:40)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우리 시대의 배제된 자,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자, 소수자를 환대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환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인인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기에’ 지지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다양하고 존엄한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다양한 인간의 차이를 이유로 차별하고, 약자와 소수자의 존엄성을 부정하며 혐오하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두가 평등한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세상에 뿌리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세상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키우고 가꾸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당한 이들에게 새 생명과 새 삶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권세는 하느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바라.”(로마서 13:1)라고 말했듯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차별금지법은 하느님의 권세 아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할 신앙의 명분이 없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의 선동정치를 그만두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신앙의 자리, 선교의 자리, 봉사의 자리로 돌아가, 소외당하고 차별받는 모든 사람을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초대하고 환대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의 씨앗인 교회는 적대가 아닌 환대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향해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어야 하는 곳을 당신들이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다.”(마가복음서 11:17)라고 외치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존귀하게 지으신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포용해야 한다는 비전이면서, 차별과 배제, 혐오를 포기하지 않는 종교에 대한 준엄한 심판 선고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정신을 따라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는 인종, 문화, 계급, 성별 등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와 평등의 공동체를 꿈꾸었습니다. 그리스도교 교회의 기원은 “유대인이나 그리스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라디아서 3:28)라는 포용과 환대의 선포입니다. 그러므로 복음서의 하느님 나라 공동체와 초대교회의 정신을 기억하는 오늘의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제시하는 차별금지 사유의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법적 차별금지 사유가 다 담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차이 또한 하느님이 지으신 놀라운 다양성의 하나로 환대할 것입니다.

21대 국회와 각 정당 국회의원에게 호소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이 처음 발의된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총 7번에 걸쳐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법안의 당위와 명분에 대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모두 인지하고 인정하고 있는데도, 일부 그리스도교 집단의 눈치를 보며,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소망을 져버리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은 ‘기독교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와 문화의 국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입니다. 일부 차별과 혐오 집단의 협박에 굴하지 말고,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며 오늘의 시대정신인 “만인이 평등한 세상”.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당장 참여하십시오. 국회는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나이, 학력, 출신 국가, 고용 형태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타협 없이 당장 제정하십시오.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보호하는 법만이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더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완성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교회와 사회가 실천해야 할 최대 윤리가 아니라 최소 윤리입니다. 우리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은 법 제정과 제도 마련에서 멈추지 않고, 모든 소수자와 약자를 환대하는 사랑이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에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되고 기본이 될 때까지 계속하여 기도하고 연대하며 행동할 것입니다.

2021년 9월 6일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평등세상은 NCCK인권센터/감리교신학대학교도시빈민선교회/감리교퀴어함께/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기독여민회/기독자교수협의회/김찬국기념사업회/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무지개감신/무지개예수/무지개신학교/믿는페미/새길기독사회문화원/신앙인아카데미/신학연구집단-대구와카레/실천여성회판/옥바라지선교센터/우리신학연구소/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천주교인권위원회/청어람ARMC/큐앤에이/평화와신학/한국기독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한국민중신학회/한국여성신학회/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장상협의회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혐오와차별을반대하는감리회모임과 함께 시작합니다. (※ 출범 이후 다양한 교계 단체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안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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