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항 전에 드리는 예배
출항 전에 드리는 예배
  • 남광현
  • 승인 2021.09.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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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10여 년 전 섬기는 교회가 새로운 예배당을 건축하고 봉헌할 때 드렸던 예배를 잊지 못한다. 의기양양하게 두 발로 딛고 시작했던 성전건축이 봉헌을 앞두고는 한쪽 다리를 잃고 휠체어에 앉아 드려야만 했던 예배이기 때문이다. 기공식을 준비하면서 큰 추돌사고를 일으켰고 다리 한쪽을 절단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었다. 의식이 돌아왔을 때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의 교만함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보게 하시는 은혜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 경험은 지금까지도 필자에게 감사와 순종으로 사역에 임할 수 있는 신앙의 근거가 된다.

교우분들이 요청하는 예배도 이런 마음으로 응하게 된다. 이전 봄 어장에서 큰 손해를 보고 심기일전하여 준비한 가을 어장의 기대는 다른 무엇으로 채울 수 없는 심정이기에 이때의 예배는 분명 주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마음에서의 간절함과 겸손함 그리고 순종의 자세가 고스란히 나타나는 예배가 된다. 즉, 이전까지 수십 년 누비고 다녔던 바다이기에 아무리 넓은 바다라 하더라도 바닷길과 어군 형성 지역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하게 꿰고 있어 경험을 의존하여 조업하던 것을 포기하고 기도하면서 바라보게 하시는 곳으로 나가 조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예배이기에 출항을 앞두고 드리는 예배는 잊지 못하는 예배가 된다. 특히 새로이 배를 건조한 경우에는 그 의미가 더해진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교우 가정에서 최근 9.77톤의 낚시용 배를 한 척 더 건조하여 가을 낚시 준비를 마치고 출조 전 선상에서 예배하기를 원한다. 그 마음을 알기에 뱃멀미를 각오하고 예배를 준비하게 된다. 사실 낚싯배 운용이 그리 편한 것은 아니다. 출조 나가는 강태공들에게는 조과가 중요하다. 그래서 선장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클 수밖에 없다. 선장이 배를 어디에 정박시키느냐가 그날 조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 선장이 갖는 매일 매일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하다. 그래서 출조 전에 드리는 첫 예배는 선장에게 잊지 못하는 예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출항이나 출조를 앞둔 가정마다 출항 전에 예배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서해 어장이 모두 같은 패턴은 아니지만, 서천을 중심으로 보면 아랫녘으로는 신안 앞바다에서 윗녘으로는 당진 앞바다까지 어장 철이 거의 같다고 한다. 시기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어종은 거의 같다는 말이다. 그래서 부지런한 어부들은 지역 경계를 무시하고 아랫녘으로 내려가 조업을 하는 일도 있다. 물론 불법 어로행위이다. 전어 조업 철이 되면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들 말하면서 현실적인 해상경계선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육지에 지역 경계가 있듯이 바다에도 경계가 있다. 그것이 바로 해상경계선이다. 전남해역에서부터 조과가 형성되기 때문에 전어를 찾는 활어차(산 전어를 실어 나르는 특장차의 한 종류)들이 점점 많아지면 포구의 어선은 남쪽을 향하게 되고 거꾸로 10월 중순쯤이면 북쪽인 당진 앞바다를 향하게 된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밤, 낮 없이 분주한 활어차들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반면 주말이 되면 바다낚시를 위한 보트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이유는 가을 바다낚시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이며 전국에 있는 강태공들이 몰려들어 주꾸미 낚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봄, 가을로 포구에서는 크고 작은 실랑이들이 여일 일어난다. 요즘 바다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레저용 보트의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주말이 되면 차량에 매달려 포구로 들어오는 보트들이 줄 서는 모습을 보면 겁이 날 지경이다.

가을 어장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는 간절함으로 예배하고 출어하는 어부들 심정과 강태공들에게 가장 좋은 조과를 만들어 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출조하는 낚싯배 선주들의 마음을 생각할 때 어촌의 작은 포구로 보트를 싣고 줄을 지어 들어오는 낚시 레저 객들에게 작은 배려가 있기를 기대한다. 다름 아닌 생계의 문제 앞에서 절실한 어부들의 심정을 살펴 줄 줄 아는 마음이다. 함께 살아가려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어촌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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