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여인
빗속의 여인
  • 신상균
  • 승인 2021.08.2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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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수요일 오전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어르신들 교회 못 오실텐데...”

우리교회는 코로나로 인하여 수요일 오후 2시에 한번 더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자 연로하신 성도님들이 오후 2시에 오셔서 예배를 드립니다.
차량을 운행하지 않기에 노인 유머차를 밀면서 교회로 오십니다.
그런데 비가 오니 노인 유머차를 밀면서 교회에 오실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오후 2시,
수요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교회 오신 것이었습니다.
비가 오는데 어떻게 오셨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빨리 빠져 나가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느릿느릿 나가십니다.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비가 오는데 오셨네요.”
“그럼요, 목사님, 비가 와도 끄덕 없어요.”
할머니 한 분이 가슴을 쭉 펴고 대답을 하십니다.
한 분, 두 분, 그렇게 성도들은 교회를 나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교회 주차장에 있는 차들이 쏜살같이 교회를 떠납니다.
빗속을 가로질러 나가는 차의 뒷 꽁무니를 보다 교회 마당을 보고 갑자기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왜냐하면 교회 마당에는 노인성도님들이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허리를 구부린 채 우산을 쓰고 가는 노인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우산을 쓰고 가는 노인
양손에 노인 유머차를 끌고, 유머차와 함께 우비를 쓰고 가는 노인

그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나이가 드셔서 잘 들리지도 않고, 걷는 것도 힘든데
무엇이 저분들을 빗속에서도 교회에 오게 했을까?
교회에는 많은 분들이 다니십니다.
그런데 가장 힘들게, 가장 어렵게 다니시는 분들이 바로 노인분들입니다.
힘 없고 연약한 노인!
그분들은 저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우리 같이 쓸모 없는 노인네들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빗속의 할머니들은 가장 소중한 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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