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성찬기
나무성찬기
  • 최광순
  • 승인 2021.08.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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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고 화려한 강단보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는 이곳이 너무 좋습니다.

제게는 이런 꿈이 있습니다. 목사안수를 받는 분들이 나무성찬기를 선물로 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
비대면 예배에서 가정에서 성찬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
그런데 목사안수 받는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여러 개를 주문해 주는 목사님이 계셨고, 휴대용성찬기를 교인 가정들에 나누어 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나무성찬기를 츠빙글리도 사용했었고 그의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주님이 성찬이 교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애찬으로 사용되어 주님을 기념할 수 있는 일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삼나무 제작에 여러 변화를 주었더니 편백만큼이나 윤기가 나고 중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먼지를 엄청나게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하고 흠 하나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거울처럼 반짝이고 깨끗한 산업문화에 이미 교회도 익숙해져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무흠한 것만 찾습니다. 네 생각은 갈라지고 거친 나무일수록 누추하고 거친 곳에서 병자와 가난한 자들과 함께한 주님을 더 기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현재 2790여 개 교회에나무성찬기를 나눔하였습니다. 무료나눔하는 성찬기는 더 거칠고 투박합니다. 대부분은 기뻐하지만, 간혹 이런 것은 교회에 사용할 수 없겠다고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갈라지고 투박한 나무도 사용해 보세요.

황금마차를 타고 오는 주님이 아닌 어린 나귀를 타고 오는 초라한 주님이 계십니다.
깨끗하고 잘 정리된 호텔은 엄두도 못 내고 냄새나고 더러운 마구간에 태어난 주님이 계십니다.
호화로운 연회장이 아닌 비좁고 어두운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성만찬을 나누는 주님이 계십니다.
머리 둘 곳이 없어 사역 중 노숙하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으리번쩍한 장례식장이 아닌 저주받은 나무십자가에 달린 주님이 계십니다.
크고 화려하고 금과 보석에 익숙해진 교회 안에서 주님은 어디 계실까요?
멋지고 화려한 강단보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는 이곳이 전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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