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의 방파제가 점점 높아집니다.
포구의 방파제가 점점 높아집니다.
  • 남광현
  • 승인 2021.08.07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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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횟감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8월이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던 동네 횟집들도 활어를 보관하는 수조들이 텅텅 비어 있기 일수다. 한여름 무더위에 수조 안에 있는 바닷물 수온 유지가 어렵고 자칫 잘못하면 횟감 활어들이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횟감을 찾는 손님들이 많으면 그나마 수조의 바닷물 갈이가 재미있을 터이지만 오가는 객이 없는 횟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코로나19는 바닷가 횟집들이 여름 휴가철 반짝 특수라는 작은 소망마저도 품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19년을 살아온 바닷가지만 올해처럼 인적이 드물었던 적은 없다. 횟집을 운영하는 교우분들도 벌이는 차치하고 직원들 월급 부담 때문에 한시적이라도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들 한다.

포구에는 어선들이 밧줄로 얼기설기 묶여있어 휴어기 어촌의 한유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늘 풍기던 생선 비린내도 사라져버린 방파제의 달궈진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이 웅장하게 보인다. 19년 전 이곳은 아주 작은 포구에 아담한 방파제만이 눈에 띄었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교우분들의 말씀처럼 포구도 그렇고 방파제도 점점 커지고 길어져 등대도 여럿 세워짐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하다.
“요즘 눈 뜨면 뭐가 하나씩 생겨유”
“어쨌거나 뭐... 마을이 발전되기 때문이것지유”
“그런디 걱정은 걱정이어유”
“바다에 괴기(고기)는 점점 줄어가고 물은 높아지구유”
“목사님, 봐유... 우리 방파제가 얼마나 높아졌는지유”
“이게 다 환경파괴 때문이래유, 그래서 바닷물이 높아지는 거래유”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어촌 촌부들이 바다의 변화 속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이해와 걱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마을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통해 포구 이용이 불편하더라도 당분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왜냐하면, 방파제 높이가 낮아 태풍이 오면 포구에 정박해 놓은 마을 어선들이 침몰 되는 일이 잦아져서 해양수산부에서 방파제 증설공사를 해 주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8월 휴어기 조용한 마을에 태풍 소식이 들려지면 여지없이 지역에 있는 크레인들이 동원되었었다. 포구에 있는 배를 육지로 올려놓기 위함이다. 그때는 그것이 어부들의 어선 관리 방법인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시기만 되면 어느 분이 배를 안전히 올려놓을 수 있는 좋은 땅을 확보했는지가 주민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었다. 그때를 되짚어 보니 마을에 드나드는 공사 차량으로 어수선하고 비산먼지로 인해 불편했던 일들을 가지고 불평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커가는 바다 위의 구조물 때문에 교회 주택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바다를 보면서 그저 아쉬워만 했던 필자의 모습 속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최근 방파제의 높이가 10여 년 전보다 2m가 높아졌다. 그리고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보기 좋은 등대들이 내, 외 방파제에 세워져 있어 마을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는 분명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까지 방파제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시골 어촌마을이 발전되는 모습이라고 여겼으며 어부들을 위해 더 좋은 시설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공시설이 잘 갖추어져야 관광지로서 역할도 수행할 수 있고, 그래야 살고 싶어 하는 어촌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어촌에서 평생을 보낸 어부들이 바라보는 바다와 구조물들은 분명 달랐다. 그들이 보는 것은 단지 볼거리가 아니라 높아진 방파제 높이만큼의 염려이고 색깔만큼이나 다양한 근심거리이다. 그분들에게 포구와 방파제는 삶의 전부이자 자손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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