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일 새벽, 76세 여성 故 유종숙 권사 각막기증 실천
난 20일 새벽, 76세 여성 故 유종숙 권사 각막기증 실천
  • KMC뉴스
  • 승인 2021.07.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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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는 지난 20일 새벽, 故 유종숙 권사(76세, 여)의 각막기증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엄마, 지난 3월에 함께 간 삼척바다에서 바라본 밤하늘 기억나요? 서울과 달리 별이 엄청 반짝였는데…….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지만,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행복해하셨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요. 이제는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와 함께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그립고 허전해요.”

지난 20일 새벽, 故 유종숙 권사는 각막기증을 통해 시각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 빛을 선물하며 하늘의 별이 되었다.

어머니의 각막기증 의사를 전하기 위해 본부로 연락을 한 유 권사의 둘째 딸 강은주 씨(48세)는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까지 각막기증에 대한 의사를 확고히 밝히셨어요. 평소 베푸는 것이 삶의 미덕이라 여기실 만큼 이타적인 분이셨습니다.”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유 권사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눈을 감는 순간, 모두 고인의 뜻을 받들어 각막기증에 동의했다. 췌장암으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 이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베푸는 삶을 살고자 했던 고인의 마지막 소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각막적출은 서울성모병원을 통해 이루어졌고, 유 권사의 기증을 통해 2명의 시각장애인이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베푼 사랑, 사랑하는 손녀에게도 이어질 것이라 믿어

지난 4월, 유 권사는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평소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액티비티 활동도 즐겨할 만큼 건강하고 활기찼던 유 권사에게는 갑작스러운 진단이었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한 차례 수술을 받기도 했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병이 진행되어 결국에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유 권사는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서도 “후회 없이 잘 살았다.”는 말을 하며 슬퍼하는 자녀들을 위로했다.

유 권사는 췌장암 진단을 받기 직전까지 다양한 운동을 즐겨 했다. 또 취미로 동양화와 왈츠를 배울 만큼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인 성정이기도 했다. 평소 주변으로부터 손맛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던 유 권사는 음식을 넉넉히 만들어 나눠주는 것을 즐겼고,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금성교회(담임목사 김태인)를 35년 간 출석하며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앞장 서 왔다. 지난 2018년에는 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를 통해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 당시 금성교회는 각막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수술비 300만원을 후원하기도 해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 순간 자신의 생명을 나누겠다고 약속한 유 권사는 췌장암을 진단받고, 요양병원에서 투병하던 어느 날, 둘째 딸 강 씨는 불러 각막기증을 당부하는 유서를 건넸다. “내가 누군가에게 새 빛이 되어준다면,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우리 손녀에게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 믿는다.”는 사랑이 담긴 유언이었다. 유 권사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장애를 가진 손녀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꿈꾸며, 자신이 먼저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유가족들 “아름다운 이별 선물해준 어머니께 감사해”

지난 20일 오전, 하남마루공원에 유 권사의 빈소가 마련되었다. 생전 고인의 인자한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 영정사진 옆으로는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근조기가 놓였다.

유 권사는 삼남매의 어머니이자 일곱 손주의 할머니로 다복한 삶을 살았다. 매년 가족여행을 다닐 만큼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던 그는 일평생 자손들에게 사랑의 뿌리이자 든든한 지주가 되어주었다. 고인의 장례식장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유 씨를 “마지막까지 다른 이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시며,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몸소 보여주신 어머니가 자랑스럽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둘째 딸 강은주 씨는 “어머니와 여행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바라봤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지만, 어머니의 눈을 통해 어둠 속에 있던 누군가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큰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씨의 각막기증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족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자신들도 어머니처럼 생명나눔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고인의 작고 소식을 들은 금성교회 김태인 목사는 유가족들에게 “유 권사님은 큰 어른으로서 언제나 교회의 중심이 되어주는 분이셨다.”며 “떠나는 순간까지 각막기증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신 모습은 많은 교인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전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 역시 “유종숙 권사의 각막기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장기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환자와 가족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었으리라 생각된다.”며 고인에 대한 애도의 인사를 전했다.

각막기증자 2016년 이후 해마다 줄어들어... 유 권사의 각막기증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와

한편, 지난 2020년 뇌사자를 포함해 사후 각막기증을 실천한 이는 144명이었다. 지난해 연간 사망자가 30만5,127명인 점을 고려하면 0.05%도 안 되는 사람만이 각막기증을 실천한 것이다. 또한 2016년 293명에서 2017년 203명으로 실제 각막기증자가 줄어든 이후, 2018년 173명, 2019년 163명, 2020년 144명으로 최근 5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 2019년에만 8만5601건의 각막기증이 이루어진 것과는 크게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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