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화의 향연(香宴)
백합화의 향연(香宴)
  • 민돈원
  • 승인 2021.07.2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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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볕이 무척 뜨겁다. 한낮은 물론이거니와 잠을 자는 한밤중에도 고온 다습하여 몇 번이고 잠을 설치게 한다, 반면 들녘의 곡식과 밭에 심기어진 식물들은 작렬하는 태양빛을 받아 알차게 여물어 간다. 이뿐 아니다 온갖 꽃들도 활짝 피어 이른바 ‘꽃들의 향연(饗宴)’, ‘소리 없는 꽃들의 오케스트라’라고 명명할 정도로 거리마다 형형색색 아름답게 저마다 옷을 입고 있다.

그런 각양각색의 꽃들이 넓은 공간에 펼쳐진 우리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의 아스팔트 문화, 아파트 문화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자연 그대로를 지닌 전원교회만의 강점이다. 그 여러 꽃 중에 교회 진입로에는 수십 그루의 백합이 심겨 있다.(좌측사진) 이 백합 중에 어떤 것은 꽃 한 송이에서부터 많은 것은 한 그루에 무려 20여 개의 꽃봉오리가 달려 있다. 어떤 봉오리는 지금 한참 활짝 웃음을 선사하듯 앞다투어 만개(滿開]했다. 더욱이 이 백합들의 새하얀 고운 색의 자태가 아름답지만 백합의 일품이라 할 수 있는 그들에게서 풍겨나는 여러 백합화의 짙은 향연(香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압권이다. 그 향은 그 곁을 지날 때는 물론이거니와 멀리까지 특유의 은은한 향이 기분을 유쾌하게 해 준다.

이에 진입로에 심어놓은 그 향이 너무 아까워 화단에 있는 여러 그루 중에 가장 봉오리가 많이 맺힌 20개짜리 키가 늘씬한 한 그루를 화분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이 백합을 지난주 교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로 현관 입구에 안내위원으로 향기를 선사하도록 배치했다.(우측사진) 밖에서도 향기가 진했는데 안에 놓아두니 그 향기는 더더욱 진동한다. 1~2 봉오리만 만개하기 직전이고 다른 봉우리는 모두 활짝 피어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진한 향으로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목양실에도 한그루, 사택 앞에도 한 그루씩 옮겨 심었고, 그리고 지난주 마침 때맞추어 방문한 김진두 전 총장님에게도 한 그루를 캐서 화분에 담아 딸 시집 보내듯이 선물로 드렸다.

이 외에도 녹음의 바탕 위에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색깔도 저마다 달리해서 만발해 있다. 흰색, 주황색, 붉은색, 노란색 등등

이렇게 진한 향취에 있어 빼어난 백합은 주위에 향기가 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또 다른 모습으로 예쁘게 수를 놓은 꽃잔디나 다른 꽃들에 비해 꽃으로서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은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아하니 핀 꽃은 2주일을 채 넘기기가 힘들어 보인다.

이것 또한 자연계 피조물인 꽃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공평하신 하나님이다.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왜냐하면 다 빼어나고 강하고 대단한 인기가 있는 것들 중에는 한편으로 약점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합이 활짝 피었을 때 밤색 꽃술의 분가루가 손이나 옷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으므로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듯이 백합에는 취급주의 할 분가루가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마찬가지로 사람만큼 소중한 존재가 어디 있으랴? 그런데 잘못 다루다 보면 큰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게도 가시가 있다. 사람도 취급 부주의, 사용 부주의로 인해 묻어서는 안 되고 지워야 할 상처들을 가지고 사는 이들이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없지 않다.

사람도 꽃들도 하나님이 만드신 그 어떤 피조물도 모두 특징이 있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피조물은 그 종류대로 되었다. 단 사람을 창조하실 때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이다. 따라서 끊임없이 주님께 드려져 지속적인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래야 만이 우리의 삶이 제대로 된 수명과 연장해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함을 백합을 통해 교훈을 얻는다.

좌) 교회 진입로에 핀 백합화
좌) 교회 진입로에 핀 백합화
우)현관 로비의 한 그루 백합
우)현관 로비의 한 그루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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