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때문에
사모님 때문에
  • 신상균
  • 승인 2021.07.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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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 띠리링 ~”
핸드폰소리가 울렸습니다. 첫 목회지에서 함께 목회하던 목사님이셨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목회하시다가 2년전 은퇴하셨는데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님, 어쩐 일이세요?”
“응~ 그동안 컴퓨터를 썼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혹시 교회에서 안 쓰는 컴퓨터 있으면 구할 수 없을까?”
마침 지난번 코로나로 인해 영상시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쓰지 않는 컴퓨터가 있어서 가져다 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목사님이 은퇴하여 살고 계시는 지방에 아내와 함께 방문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가자고 했더니, 목사님께서는 은퇴하신 후 다니고 있는 교회에 카페가 있는데 그곳에 가서 차를 마시자고 했습니다. 작은 교회였습니다. 교회 카페도 크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와서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원두커피와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손수 커피를 내려 저와 아내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교회 목사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모님께서 담임목사님 차가 있는데 잠시 오시라고 할까요 하고 물었습니다.

저와 목사님은 절대 그러시지 말라고 하면서 우리끼리 조용히 있다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의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갑자기 웬 여자분이 쟁반에 무언가를 담아가지고 우리가 있는 카페로 오셨습니다. 알고보니 그 교회 사모님이셨습니다. 우리를 보더니 사모님은 쟁반을 내려 놓은채 급히 다시 사택으로 가셨습니다. 쟁반에는 블루베리를 갈아 만든 시원한 냉 쥬스 두 잔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잠시 후 사모님은 다시 두 잔의 쥬스를 더 만들어 가지고 오시더니 저와 아내에게도 주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다른 분의 손님이 오면 그냥 오셨구나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리고 오셨다고 해도 카페에 커피와 음료수가 있으니 그것 드시면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손수 블루베리 쥬스를 가져다 주시고, 담임목사님에게 원로목사님과 손님이 오셨다고 나와서 인사하라는 것을 보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카페에 와서 차 한잔 먹고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가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차를 다 마시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봉투를 찾아 5만원짜리 지폐 두장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은퇴목사님 사모님에게 드렸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이것 여기 교회 목사님에게 전해 주세요. 차 잘 마셨다구요”
조용히 왔다 가려고 했던 교회 카페, 그러나 그 교회 사모님 덕분에 블루베리 쥬스를 마시게 되었고, 사모님 때문에 그냥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은 과연 그 사실을 아실까요?

이번주에도 교회에 성도님들이 와서 청소를 합니다. 그러자 아내는 쟁반에 시원한 음료수를 한가득 들고 나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저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도 대접받고 사는 것 누구 때문이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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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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