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기(禁漁期)
금어기(禁漁期)
  • 남광현
  • 승인 2021.07.11 22:3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바람 예보가 없는 주말이면 보트를 뒤에 매달고 마을로 들어오는 차들이 줄을 지어 장관을 이루고, 밤이면 마을 포구에 낚시꾼들의 전자 케미가 초록별처럼 반짝거리는 시기가 요즘이다. 요철이 지나면 한여름 더위 때문에 마을 포구는 오히려 한산하다. 소소하게 포구 방파제 주변에서 작은 생선들을 낚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는 때이기에 수협 어판장 문은 닫혀 있어도 방파제는 낚시꾼들로 분주해 보인다.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마을 방파제에서는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어업 행위가 생업인 어부들과 레저 목적으로 찾아오는 낚시꾼들이 포구 방파제 한 공간에서 마주치기 때문이다. 어부들에게 물때는 매우 중요하다. 그 짧은 몇 시간 안에 수입이 차이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낚시꾼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 그저 남일이다. 나는 레저 목적으로 왔고 좀 더 여유 있고 편하게 채비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이 급한 어부들과 여유 있는 낚시꾼들과의 관계는 가히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 할 수 있겠다.

어부들에게 있어서 심각할 수 있는 포구 방파제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갈등에 관해 법적으로 보호 받는 방법은 아직 없다고들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해양 수산업법에 어로행위에 관한 법률이 어업과 레저로 크게 구분되어 있고 그 법적 기준과 해석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도 일반조종면허를 가지고 있어 5톤 이하의 배는 운항할 수 있지만, 어부들의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 어부의 실제적인 예를 들어보니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어부들에게는 어족자원의 보호차원이라는 명목하에 대통령과 시도지사 명으로 금어기가 정해져 있다. 서천에 유명한 꽃게를 예를 들면 꽃게잡이를 1년 내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산자원 관리법에 따라 서천은 매년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꽃게를 잡을 수 없는 꽃게 금어기가 설정되어 있다. 만약 이 기간에 꽃게잡이를 하다 적발되면 수 백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더 적발되면 벌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1년 꽃게잡이를 해도 감당키 어려운 벌금이다. 그러나 레저 보트를 이용하는 낚시꾼들에게는 이 금어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천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주꾸미를 예로 들면, 어업인들은 주꾸미 성육기인 5월부터 9월까지 금어기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같은 지역의 낚시선주들은 주꾸미 산란기인 4월부터 6월까지만 금어기로 지정해도 어족자원 보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왜 서로의 주장이 다른가? 여기에는 분명 생업에 따른 이유도 있고 법적 갈등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수산자원 관리법에서 어선과 레저의 금어기가 다른 잣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는 어선을 운영하는 어부도 있고 낚싯배를 운영하는 선주도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교회 내에서 항상 폭탄의 뇌관 역할을 하는 것을 경험한다. 먼저 예로 들어보려는 서로의 입장은 필자의 생각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어부들과 낚시선주들의 처지를 생각해 본다. 우선 어부들 처지에서는 9월까지 금어기로 지정되어야 다음 해 봄에 주꾸미 수확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낚시선주 처지에서는 가을 배낚시의 꽃이 주꾸미 낚시이기 때문에 만약 9월까지 금어기로 묶이게 된다면 낚싯배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어족자원의 보호차원이 아닌 서로의 생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에서도 섣부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태도를 보이는 듯하다.

어업이든 레저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법을 지키기에 마땅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맘때 마을 포구 방파제에서 볼 수 있는 다툼의 광경은 그들 각자의 생계와 욕심 때문이라고 정의하기에는 다소 안타까움이 있다. 금어기의 논란은 봄 어장을 끝내고 그물을 정리하는 짧은 기간 동안 어촌 마을의 화두로 여전히 회자 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남광현 2021-07-11 18:02:05
죄송합니다.^^ 용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