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고 흠집 난 나무
갈라지고 흠집 난 나무
  • 최광순
  • 승인 2021.05.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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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나무성찬기를 제작하는 목사입니다. 대전에서 10년, 철원에서 10년, 춘천을 거쳐 제주에 정착한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사시사철 푸르름이 가득합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섬이지만 이곳에는 숲이 가득합니다. 제주말로 숲을 곶자왈이라고 합니다. 원시림이 한국 땅에서 유일하게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나무를 쉽게 구할 수 있어 나무성찬기를 제작하기에 안성맞춤의 땅입니다. 누구에게는 유배지요 외로운 곳이지만 저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입니다. 그런 나무를 만지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우물밖에서 보는 세상이야기를 이후 담고자 합니다.

언제부터 우리는 매끈하고 깨끗한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소의 제품처럼 저렴할지라도 뭔가 흠이 없는 것을 찾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는 그렇게 깨끗하고 흠이 없을까?’
주님께서 깨끗하고 흠이 없는 사람만을 사용하는 것인가?
사도바울은 롬3:10~12에서 "기록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함께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내가 얻은 결론은 주님은 깨끗하고 의로운 자를 쓰시는 것이 아니라 흠 많고 연약한 자를 사용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고린도전서 1:27-29 "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무의 흠집과 옹이와 갈라진 것들은 당장 눈앞에 깨끗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나무들은 모두가 깨끗하고 매끈한 것들 가운데 유난히 돋보입니다. 모가 난 그런 나무들은 그것만의 개성을 가지고 다른 것들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함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런 못난 나무들이 좋고 성찬기나 십자가를 만들때 더 정성들여 다룹니다. 이유는 나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깨끗한 것만 찾지 말았으면 합니다.’
‘너무 매끈한 것만 찾지 말았으면 합니다. ’
나무를 원하면서 다이소에서 파는 그런 제품을 원한다면 나무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무 그 자체는 흠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리 사포를 문질러도 작은 가시가 돋아 있습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칼을 가지고 깎아내도 칼자국이 남습니다. 그래서 성찬기나 십자가는 나무가 생긴 그대로를 사용합니다. 흠 있는 나무 그 자체로 어디에서도 같은 것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귀한 것입니다.
제가 가진 유창목이 벌써 녹색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다루었지만 그래도 신기해 이리저리 뒤집어도 보고 정말 귀찮게 합니다. 그런데 녹색을 띠는 유창목을 다시 샌딩하면 갈색이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공기와 접한 부위가 녹색으로 바뀌는 나무입니다. 유창목십자가가 처음에는 갈색이지만 수 개월이 지나면 진한 녹색으로 바뀌는 모습은 신기합니다. 생명을 치유하는 나무(유창목)을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예수그리스도안에 변화되는 사람을 상상하게 됩니다. 나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치유하고 돌볼수 있는 그런 사람을 상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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