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주년 노동절 성명서
131주년 노동절 성명서
  • KMC뉴스
  • 승인 2021.05.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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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차별적 법제도를 조속히 개선하라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누그러들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전 세계 노동자들은 세계노동절 131주년을 맞았다. 노동자들의 가장 큰 잔칫날임에도 지난해에 이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씁쓸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자본의 탐욕도 이 재앙의 확산에 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전지구적 자본주의화와 불평등의 세계화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벗어나 모든 것이 집중된 발전국의 도시로 결집해야 했고, 휘황하게 빛나는 도시의 이면에 자리 잡은 공단이나 농장 등에 밀집하여 살아와야 했다. 응당 밀집환경은 감염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와 사업주들의 처방은 고압적 통제일 뿐이었다.

실상 팬데믹이 낳은 고통은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천 3백만 명이 실직했고, 8천 1백만 명이 휴직하는 등 1억 1천 4백만 명이 고용 기회를 상실했으며, 2억 5천 5백만 명은 노동시간이 깎였다. 또 전 세계 노동자의 절대 다수에 해당하는 93%가 코로나19로 문 닫은 업종이나 직장의 영향권에 있다. 이러한 사정은 모범적인 방역국가로 알려진 한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외부적 환경에 취약한 한계기업들의 존립이 흔들리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실직이나 휴업이 속출했지만,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우리를 한국인과 다른 별종의 존재로 취급하며 사회안전망에서 배제해왔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구조적 차별의 희생자이다. 한국 정부가 이주인력을 도입한 지 올해로 꼬박 30년이 되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시절부터 겪어온 원시적 착취를 벗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남이주민센터에 접수된 사건에서 중국 출신 요식업 취업자들은 사업주로부터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고, 1년 넘게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지만 증거부족으로 권리를 구제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피해는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농어업 등 소수업종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매우 흔하게 일어나는 문제다. 특히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직장이동 금지, 불합리한 외국인전용보험, 숙식비공제지침 등)과 근로기준법 63조 등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초과착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들의 심각한 거주권 취약도 불거지고 있다. 이미 수년 전 밀양 깻잎 농장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에게 폐가와 다름없는 집을 숙소로 제공하고 1인당 십수만 원의 사용료를 월급에서 공제하는 현실을 보며 참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급기야 지난해 겨울 경기도 포천에서 비닐하우스 내 가설 숙소에서 잠자던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면서 동사 가능성이 불거지기까지, 정부는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말 실시한 정부의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무려 69.6%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올해 1.1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 건축물과 자치단체 미신고 가설건축물들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고용허가를 불허한다는 긴급조치를 내놓았지만, 자치단체 신고라는 절차를 거치기만 하면 가건물들은 얼마든지 임시가 아닌 장기 주거시설로 활용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인권 감수성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는 더 이상 비닐하우스나 패널 합판에 우리 목숨을 맡기고 싶지 않다.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생계의 절박함에 가까워진 한국 노동자들이 적극적인 연대에 나설 것을 기대하며, 세계노동절을 맞아 우리는 한국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한국 정부는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고용허가제 독소조항을 조속히 철폐하고, 근로기준법을 개선하라!

2.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사용자 편의에만 복무하면서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숙식비공제지침을 즉각 폐지하라!

3.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향후 팬데믹 관련 사회안전망 조치에서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차별하지 말라!

2021. 5. 1.

경남이주민연대, 경남이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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