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ㆍ우ㆍ절
만ㆍ우ㆍ절
  • 서정남
  • 승인 2021.03.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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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초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고국을 떠나 영어 배우겠다고 호주에 온 청년들의 전도사로 또한 엄마로 그렇게 사역에 올인했습니다.
성경공부가 끝나는 12주째 주말은 1박2일 여행을 떠납니다. 첫날 저녁은 성경공부와 간증과 적용을 나눈 뒤, 즐건 바베큐 시간을 갖습니다. 그런데 영석 청년은 영어 배우려고 멀리까지 왔는데 왜 성경공부에 시간을 뺏겨야하는 질문이 길었습니다. 이튿날,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는데 유명 관광지에 들르자는 제의에 교회의 반대방향으로 차량 4대는 움직였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니 저는 제한속도를 당부하고 맨 뒷차로 따라갑니다. 그 시절만 해도 네비게이션이 없었으니 삼거리에서 선두차량이 어디로 갔는지 안내도 없습니다. 1호차 운전자가 전화가 안되어 조수석 청년에게 전화하니 모기소리 만큼하게 "전도사님 우리 사고 났어요ᆢ"
개그가 지나치던 그였으니 제 입에선
"ㅎ ㅎ 안 속아 오늘 만우절인거 안다고"
하였으나 전화 속 뉘앙스에는 다소? 진지함이 남아 있었습니다. 또 다른 청년에게 확인하니 정말 병원으로 이송 중이랍니다. 이제는 믿어야 할거 같습니다. 병원으로 달려가보니 네 청년이 침대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시골 병원이라 응급처치만 하고 다시 대형병원으로 옮겨 검사 받는데만도 또 한나절... 저녁에서야 의사의 진단이 They are all fine이었습니다.
사고 동기는 가랑비가 내리는데 속도를 내다가 커브길에서 미끄러져 높은 절벽아래으로 떨어진 것입니다. 뒤따르던 우리는 알 턱이 없으니 그들이 떨어진 현장을 무심코 지나쳐 버린거지요.
그런데 은혜는 길가의 큰 나무입니다.
미끄러지면서 큰 나무를 한차례 박고 떨어져서 속도가 완화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은혜는 칡 넝쿨입니다.
그 차가 떨어진 절벽에는 온통 넝쿨이 엮이어 떨어지는 차를 살폿이 받아 주었답니다.
또 다른 은혜는 간호사 만남입니다. 기어나온 청년들이 절벽을 타고 올라와서 손을 흔들자 마침 병원 교대근무에 맞춰 출근하던 간호사가 발견해 신속한 이동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검증 차 나온 경찰과 함께 현장으로 갔습니다. 하얀 캠리 차량이 넝쿨에 얹혀있는 모습은 주님의 손길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이로움이었습니다.
한국의 문경세제같이 산을 돌아 난 폭이 좁은 길에서 견인차가 길을 가로질러 와이어로 사고 차를 끌어올리는데 몇시간이 걸렸습니다. 양 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차들이 휴가 철 귀한 시간을 빼앗기나 한사람도 화내지않고 협조하는 그들에게 동양 여성의 고개는 자꾸만 숙여졌습니다. 선진국이란 소득으로 평가받는 것만이 아닌 복음에 기초한 국민의식과 삶이 증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석 청년도 사고차량의 동승자였습니다. 그는 하루 더 병원에 있겠다고 하여 다음날 제가 다시 3시간을 달려와야 했습니다. 퇴원 후,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집으로 가서 아들의 또 다른 침대를 내어주며 안정시켰습니다. 이틀후 수요예배 위해 제가 집을 나서는데 그가 같이 가겠다고 합니다. 다시 태어나서 첫 예배인데 어찌 침대에 누워 있겠냐고 주님이 생사화복의 주관자이심을 간증하겠다고 따라 나섰습니다.
그후 청년들은 모두 변화받았고 특히 영석은 그 사건이 답을 주었다며 부활 신앙인으로 거듭나며 제 사역을 도왔습니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주신 많은 사건들 중 하나가 해마다 4월을 맞으며 저를 찾아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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