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큰나무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1.03.11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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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의 계절이 돌아왔다. 봄날은 무수한 외침으로 시작 된다. 한 번도 잠잠한 적이 없었지만 한 번도 놀라지 않은 적이 없는 외침이 겨울의 적막을 걷어내고 곤한 단잠에 빠져 있던 생명들이 화들짝 놀라 잠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녀리게 꽃을 피운 매화는 바람에 흔들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봄 마중을 겸한 산행을 하러 뒷산을 오르는 과정은 예년과 다르지 않지만 답답한 무엇에 가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기가 힘들어 졌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죽은 멧돼지가 발견되면서 마을의 모든 산들은 열병을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철망으로 된 울타리가 쳐졌다. 산으로 드나드는 길목에 쪽문이라도 내주면 좋으련만 이런 배려는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위험하게 울타리를 넘지 않고는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으려면 너무 먼 길을 돌아야 가능해 졌다. 토끼 한 마리도 감히 지날 수 없는 촘촘한 망 구멍은 자유로이 산과 냇가를 오가던 생명들에게는 재앙과 같을 것이다. 당장 마른 목을 축이지 못한 들짐승들의 사정이 난감해 졌다. 고양이 한 마리가 철망사이로 머리를 넣었다가 목을 빼지 못하고 철망과 씨름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애써 들어선 산길을 걷다가 하얀 물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아 다가서니 탈진한 개가 짖지도 못하고 나를 바라본다. 가방에서 배 즙과 물을 꺼내 입에 대주니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한다. 큰 물병 하나를 비우고도 아쉬운 눈빛이 영역하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울타리와 연관 되어 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 며칠을 물도 못 마시고 산속을 헤매다 탈진하여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을 마신 개가 나를 따라 산을 내려와 민가가 보이는 곳에서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 뒤 돌아셨는데 두려움에 기장 된 모습으로 나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얘 너 네 집으로가! 몇 번이고 소리 쳤지만 꼬리 살살 흔들며 내가 멈추면 서고 내가 걸으면 나를 따라왔다. 냇가 가까이 오자 냇가로 다가서기 위해서 안절부절 못하더니 이내 차가운 냇가에 그대로 몸을 담구고 물을 먹고 또 먹었다. 한참을 머리를 물속에 담구고 서야 겨우 갈증을 달랬는지 나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 했다.

집 까지 따라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 먹을 것을 내다가 앞에 놓았다. 머뭇거림도 없이 음식을 씹지도 않고 삼키듯 그릇이 말끔히 비워질 때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제집인양

마루에 놓인 테이블 밑에서 지친 몸을 누이고 긴 잠에 들어갔다.

밤이 되도 손님은 문 앞에 터를 잡고 집사람들이 나오면 꼬리를 흔들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 왔다. 아침에는 가쓰려나 하고 내다보니 여전히 문 앞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하루가 가도 이틀이 지나도 가지 않고 눌러 앉을 생각을 했는지 테이블 밑을 제집으로 삼아 버렸다.

개 주인을 수소문 했지만 가까운 인근에는 없는듯하여 당분간 먹을 것이나 주고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볼 생각이다.

인간들의 조치라는 것이 허점을 지니게 마련이고 지신뿐 아니라 타자에 대한 배려를 염두 하지 않은 실행은 그 누군가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는 무서운 결과로 이어 질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그 것이 사회적 약자 이거나 의사를 전달하기 힘든 대상일 경우 흐름에 무쳐 버리면 고통의 시간은 한 없이 길어진다.

노인과 아동 노동자들과 농민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여실히 드러나 있지만 좀처럼 개선 되지 않고 있다. 질고로 인하여 고통이 가중 된 올봄의 외침은 외침을 넘어 절망적 탄식으로 들려진다. 귀 있는 교회가 듣기를 소망한다. 철망으로 둘러친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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