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목사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 신상균
  • 승인 2021.03.0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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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는 밭이 있습니다. 500평이나 됩니다. 그런데 유지재단에 편입이 안 되어 저의 이름으로 등기가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면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땅 소유주가 농사를 지어야 하며, 농사를 짓지 않을 시 농지 은행에 임대를 주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휴경 또는 불법 임대한 사실이 확인되면 농지를 처분하겠습니다.”
밭이 있어도 내 마음대로 임대를 할 수도 없고, 쉬어도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조건 제가 농사를 지어야 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난 내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기획위원회를 통하여 이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이 알아서 해 주면 좋겠는데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한 사람을 정해 비료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됩니다. 비료는 어디서 어떻게 구하지? 농사의 문외한이었던 저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처럼 똥 지게를 져서 나르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사야 할텐데 얼만큰 어떻게 사야지? 그리고 농사는 무얼 경작하지? 그때였습니다. 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우리교회 여자 권사님이셨습니다.
"목사님, 신경 많이 쓰시는데 그런 것 까지 신경쓰셔야 되겠어요. 제가 비료 신청해 놓은 것 있으니 그것 갔다 놓을테니 남자 권사님들에게 트랙터로 갈아 엎어 달라고 하세요.“
저는 물었습니다. ”권사님, 도대체 농사는 어떻게 짓는거예요. 저에게 순서를 가르쳐 주세요.“
그러자 권사님 설명하십니다.
”목사님, 우선 비료를 신청해서 밭에 갔다 놓으면 비료를 트랙터로 갈아 엎어야 해요. 그리고 고랑을 파고 비닐을 쳐야 해요. 그리고 나서 선교회별로 분양해서 농작물을 심으면 돼요.“
그제서야 감을 잡은 저는 알았다고 하고는 남자 권사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권사님, 교회 밭에 비료가 얼마나 들어가요?”
“네, 200포 정도 들어갑니다.”
“그럼 그 다음에 어떻게 해요?”
“목사님, 신경 많이 쓰시는데 뭐 그런 것 까지 신경쓰세요. 제가 트랙터로 다 정리해 놓을께요.”
진작 그랬으면 편했을텐데 제가 신경쓰니까 그때서야 신경쓰지 말라고 합니다.
교인들은 참 이상합니다. 교인들은 목사가 신경쓰는 것 싫어합니다. 그래서 목사가 신경 안 쓰면 가만히 있어 신경 안 쓰게 하고, 목사가 신경 쓰면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목사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신경쓰고 힘들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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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전 교회 권사님이 제게 말씀하십니다.
”목사님, 저 뒤에 컴퓨터 갔다 놨어요. 목사님이 사모님 컴퓨터 때문에 신경 쓰시는 것 같아 저 뒤에 새 컴퓨터 갔다 놨어요.“
얼마 전 교회 영상작업을 하던 아내의 컴퓨터가 느려 우리교회 권사님에게 상의했더니 권사님께서 새 컴퓨터를 가져다 놓으신 것이었습니다. 이제 알았습니다. 성도들은 목사가 신경쓰면 신경쓰지 말라고 하면서 더 신경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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