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중고 차, 성도는 새 차
목사는 중고 차, 성도는 새 차
  • 신상균
  • 승인 2021.02.11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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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왜 못 오셨어요?” 그러면 목사님은 대답합니다. “제가 차가 없어서 못 갔어요.” 차가 없는 교회, 차가 없는 목사님, 그렇게 목사님은 살았습니다. 가까운 곳은 걸어다니거나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먼 곳은 다른 교회 목사님의 차를 얻어 타고 다녔습니다. 중고차라도 있다 싶으면 얼마 안 있어 고장이 나서 결국 폐차하고 말았습니다. 목사님의 형편을 아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와 했습니다. 그러나 따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중고차라도 주려면 고장나지 않고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주어야 하는데, 중고차를 주었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더 미안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갔습니다. 그 목사님과 가끔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차가 없으니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헌금이 모여졌고, 그 돈으로 어려운 교회를 돕는 중에 그 목사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중고차 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300만원 맞는 차가 없었습니다. 500만원, 아무리 둘러 보아도 그 가격에 좋은 차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있는게 낫지 않을까? 그러다 고장 나면 어떻게 해? 그래도 차가 있으면 편할텐데’

그 목사님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한 1,000만원만 들이면 그래도 탈만한 차가 있을만한데 그 정도 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습니다.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교역자 회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 목사님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었고, 차에 대한 아쉬움도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11월 5일 교역자회의로 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역자회의를 마치고 밖에 나왔는데 못보던 차가 한 대 서 있었습니다.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던 신형 카니발이었습니다. ‘누가 이렇게 좋은 차를 구입했을까?’ 카니발을 타기 위해 운전석에 오르던 분을 보는 순간 저는 뒤로 자빠질뻔 했습니다. 바로 그 분은 차가 없어서 걸어다니던 바로 그 목사님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안도의 숨이 흘러 나왔습니다. ‘저렇게 새 차를 타시는데 내가 중고차 사 드린다고 했으면 무슨 창피였을까?’ 그러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저런 차를 사셨을까?’

얼마 지난 후 그 목사님은 그 멋진 차를 타고 우리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저는 그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서 목사님에게 어떻게 해서 차를 구입하게 되었으냐고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어떤 성도님이 선물로 사 주셨다고 했습니다.
‘아니! 어떤 성도님이?’
그러자 목사님은 사모님이 아는 성도님이라고 했습니다. 그 성도님 차가 오래 되어 새 차를 사기 위해 자동차 대리점에 갔는데 갑자기 목사님이 생각이 나더랍니다.
‘나는 차가 있는데 그 목사님 차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스러울까’
그래서 자기 차 계약을 포기하고, 그 목사님 차를 사 드렸다고 합니다. 그것도 할부로...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도 이렇게 좋은 성도님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사는 중고차를 사 드리려고 했는데, 성도가 새차를 사드리는구나!하고 감격해 했습니다.

하나님은 목사님들을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도님들도 목사님에게 제일 좋은 것을 해 드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목사들만 목사님들에게 잘해 드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성도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회개했습니다. 성도님은 자기 차를 포기하고, 새차를 사 드리는데, 우리 목사들은 아예 꿈도 못 꾸고 있으니.

누군지도 모르는 그 성도님을 위하여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그 성도님 빨리 새 차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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