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빙된 하수구, 꽁꽁 얼어붙은 마음의 해빙
결빙된 하수구, 꽁꽁 얼어붙은 마음의 해빙
  • 민돈원
  • 승인 2021.02.0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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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세척기로 결빙된 배관 해빙작업
고압세척기로 결빙된 배관 해빙작업

지난주 27일(수)교회 화장실 변기가 사고를 쳤다. 여자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면 오물이 바닥에서 솟아났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변기가 사고쳤기 보다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화조로 가는 배관이 박히면서 역류하게 되어서이다. 몇 날 전부터 사택 화장실도 왠지 변기가 시원스럽게 내려가지 않고 계속 말썽이었다.

사택은 2층이어서인지 한참 있다 다시 내리면 두세 번 그러다 그런대로 내려가서 그럭저럭 불편하지만 별수 없이 사용해 왔다. 그렇게 된 지가 벌써 1주일 이상 흘렀다. 그러나 교회 화장실은 아예 변기 물이 빠지지를 않고 남자화장실 밖에 노출로 보이는(에어컨 실외기 쪽) 배관으로 분뇨가 넘쳐 났다.

이 사실을 안 교회 왠만한 시설물을 손수 고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권사님이 몇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본 후 물이 배수되지 않는 걸 보니 배관속에 휴지든 무언가가 막힌 것 같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 그대로 둔 채 하루가 지났다. 다음 이 권사님, 그리고 관리부장과 같이 철물점에 가서 30m짜리 용수철로 된 하수구 뚫는 기계를 구입하여 시도해 보았다. 15m 이상 들어간 것 같더니 더 이상은 나아가지 않는다. 몇 번 넣어 보았지만 마찬가지이다. 이에 인근 설비공사업체를 불렀다. 전기로 작동하는 기술자용 굵은 스프링으로 된 하수구 뚫는 기계를 가지고 시도했다. 그러나 역시 배관이 결빙된 것 같다고 하면서 그 장비로는 해결을 못하고 철수했다. 그날따라 강력한 태풍과 함께 매서운 추위로 살이 에이고 얼굴이 마비될 정도의 추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5시경 또 다른 업체를 불렀다. 역시 동일한 방법의 기계를 사용했다. 그리고 내시경으로 배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역시 그 업체 진단도 배관 10여m 지점에서 얼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었더니 고압 세척기로 불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 비용을 물었더니 최하 100만원인데 내일(1월29일)까지 알려줘야 작업일정을 잡을 수 있단다. 밤새 내 그리고 새벽기도시간 내내 그 기도였다. 두 권사님은 별수가 없다. 라고 생각했는지 2003년 전까지 사용했으나 교회 신축 이후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그 외부 푸세식 화장실 앞에 쌓아놓은 나무를 다 치우고 사용할 임시조치를 해 놓았다. 고맙기는 했지만 우리 어린이들과 젊은 교인들을 생각할 때 나는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10여년전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중고청년 학생들을 데리고 갔던 그곳에 수세식 화장실이 없고 푸세식이었다.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그 화장실을 사용하지를 못했다. 별수 없이 약 2km 떨어진 곳까지 차로 데리고 갔다 온 적이 있었던 그 추억 때문이다.

이에 해당 전문업체를 찾기 위해 전국망 인터넷을 검색했다. 거의 하나같이 해빙 단가가 기본 100만원이었다. 강화에는 그나마 그런 업체마저 찾을 수 없었다. 그중에 한 업체가 최하 80만원이고 땅을 파야 할 경우는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고 했다. 다음날 금요일 그 업체를 불렀다. 발전기가 내장된 고압세척기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분사 세척기가 배관속에 들어갔다. 사택에서 뜨거운 온수에 연결된 호수가 발전기에서 관속으로 분사되어 들어갔다. ‘영차영차~~’ 하도 긴장된 순간에 뻥 뚫리게 해달라는 즉석기도까지 했다. 처음에는 막혔던 배관 속에 쌓인 노란 분뇨 덩어리들이 밖으로 흘러나와 냄새가 진동했다. 좀 더 시간이 가면서 고압세척기가 분사되자 드디어 뻥 뚫렸다. ‘와~! 성공이다!’ 정화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도 들렸다. 아침 10시반쯤 작업을 시작하여 오후 1시쯤 끝났다. 100만원이냐? 3월 자연히 뚫릴 때까지 기다리느냐?는 내가 결정할 문제였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성도들이 얼마나 불편하랴? 생각에 손가락이 추워 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개척교회 목사 때 교회 오만가지 공사도 해야 하는 게 목사인가보다 했는데 115년 된 교회도 별로 다르지 않구나!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수세식이 아닌 푸세식은 아예 엄두도 못내기 때문에 아무리 추워도 해결해야 할 내 책임이라 여겼다. 방법을 찾으면 길은 보이는 법이다. 무슨 일이든 책임맡은 사람은 불평보다는 길을 찾는다.

당시 건축위원장이 지금도 교회에 원로로 있다. 그 때 공사를 이런 추위를 감안하고 시설 보완을 했더라면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본의 아니게 시간이 지나 그랬다면 이럴 때 책임지라고 임원을 뽑고 책임자를 세우는 것이다. 배관 하나가 결빙되고 막히니 분뇨가 역류했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공사로 얻는 교훈이 있었다.

사람이든 배관이든 이처럼 시원스럽게 뚫려져야 하고 소통이 잘되어야 문제가 없다. 인간관계에 대화가 막히고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얼굴이 경색되어 마비되면 고장난 인생이고 원만한 인생을 살아갈 수가 없다.

이처럼 사람 몸속의 뇌이든 심장이든 기관의 혈관이 막히면 자기 몸에 당장 문제가 생기고 위험한 것은 물론 많은 가족이 힘들어지는 원리이다. 공사가 있었던 그 날 새벽 기도회에 이럴 때 교회 재정으로 공사하기보다 누군가 자기 몸 돌보는 것처럼 주님의 몸된 교회에 물질로 헌신하는 분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자 하루 지난 새벽기도회 마치고 어느 권사님이 “목사님, 어제 그 해빙 공사비용 얼마 드셨어요? 목사님 말씀에 순종해야겠다는 마음이 자꾸 듭니다. 그 비용 전액 제가 다 담당하겠습니다.” 라고 기도하고 있는 내 곁에 와서 말씀하신다.

지난해에도 교회 십자가 LED공사, 예배당 블라인드 커튼 등 적지 않은 헌금을 앞선 유다지파의 축복처럼 먼저 자원하여 드리신 분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그때그때 마다 담임목사의 마음을 읽어주고 충성하는 적지 않은 분들이 목회현장에 계시기에 고맙다. 목회하다 때로는 마음이 상하였다가도 이런 분들이 항상 곁에 있었기 때문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목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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