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스물 세 번 째 이야기
큰나무 스물 세 번 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1.01.28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 앞 냇가를 따라 산책을 나섰다. 잠시 찾아든 봄날 같이 따뜻한 날씨에 계곡물이 녹아내렸고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속에 개구리 소리가 섞여 들리는 듯 하여 귀를 기울이니 분명 개구리 소리다. 철모르는 녀석의 반짝 출현일수 있지만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소리임에는 분명하다. 산책을 마치고 전지가위와 작은 톱을 챙겨 과수나무의 전지를 시작했다. 사과나무를 시작으로 복숭아와 자두, 매실로 이어지는 반나절의 노동으로 나무는 단출한 모습으로 정리 되었다. 몇 년 전까지 배나무 과수원을 가꾼 실력이라 별로 어렵지 않은 과정 이지만 전지를 할 때마다. 삶의 많은 부분을 되 내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사과나무나 배나무는 삼 년생 가지에 열매를 맺는다. 복숭아와 매실, 자두는 이년생가지에 열매를 맺고 대추나무는 일년생 가지에 열매를 맺는다. 전지 할 때는 이를 고려하여 열매를 맺은 묵은 가지는 잘라주고 일 년을 기다려야하는 가지와 열매를 맺을 가지는 남겨 두어야한다. 해를 받는 남쪽가지는 과감히 잘라내야 뒤쪽가지까지 햇살을 받아 많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가지사이의 간격도 중요하여 너무 초밀하면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잘라내야 한다.

삶의 과정도 때를 따라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열매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가 다르다. 성급하게 판단하여 가능성을 제하여 버리면 삶을 망치게 되고 잘라내야 할 것에 미련을 두면 제대로된 열매를 얻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만이 제일이라고 여기는 인생은 남을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사람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지면 분별이 없어지고 인정에 끌려 혼란스러워지게 마련이다. 적정선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조화와 배려 그리고 간격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삶의 순간순간이 결단의 시간임에도 망설이는 시간이 길어 중요한 것들을 놓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가장 아쉬운 것 중에 몇을 꼽는다면 관계에 매여 사람을 정리하지 못하여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어중간하게 만든 것과 자녀들에게 바른 신앙의 삶을 선택할 수 용기를 심어주어야 할 때에 세상과의 타협을 하도록 방치한 잘못이다.

교우들에게 감동적인 설교 몇 번으로 삶의 전환을 꿈꾸며 결국은 실망으로 돌아올 결과를 기대하는 바보 같은 생각은 부끄러운 후회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잘라내고 유도하고 다듬는 고된 시간이 차야 변하는 것인데 그 시간들을 속성으로 이루려는 것은 죄에 가깝다.

누구든 실하고 좋은 것을 선택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남쪽의 가지는 열매도 실하고 성장도 빠르다. 남쪽가지만을 선택한 농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한쪽으로 기울게 되고 넘어지게 만든다. 세상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삶이 있게 마련이고 자세히 보면 저마다 다 다르다. 이들을 배려하지 않으면 사회나 집단은 기울게 된다.

간격의 문제는 질고를 다스릴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식물이 자라는 데는 저마다 성장공간이 필요하다. 숲을 메우고 있는 식물들도 경쟁하며 자라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간격을 유지하며 자란다. 이 암묵적인 룰이 깨지면 식물은 전멸하고 만다. 나무와 나무 사이 공간으로 바람이 찾아들고 햇살이 비칠 때 서로의 삶이 보장 되는 것이다. 경쟁에만 몰두하는 사회가 빠른 성장은 이루수 있으나 지속 가능한 성장은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의 75%가 일명 미 자립 교회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고자하는 많은 시도 에도 불구하고 해결보다는 문제가 고착화 되는 모습을 지우기 힘들어 보인다. 하나 된 교회는 지원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지원구조를 벗지 못하고 있다. 상생의 구조가 서로를 풍요롭게 하고 생태적 수명을 늘려 갈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보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이 숫자가 훨씬 많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 복수초가 엄지만한 꽃망울을 만들어 터지기 직전이다. 내일 산책길에 잊지 않고 꽃이 피었는지 확인할 것이다. 산이실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