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성도
목사 성도
  • 신상균
  • 승인 2021.01.2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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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부흥의 꿈을 안고 비전교회에서 목회하던 시절 지방연합부흥성회가 열렸습니다. 부흥호를 통해 은혜 받고 교회를 부흥시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강사 목사님은 안산에서 목회하시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청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목회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강사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저 목사님 정말 대단하시구나. 나도 저분처럼 진실한 목회를 해야겠구나.”

그러던 중 전국 장로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전국에 있는 장로님들이 매년 수련회를 하는데, 수련회 기간 중 헌금하여 비전교회를 도우니 와서 선교비를 받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방성회에 열심히 참석했더니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흥회 집회 시간 중 한 시간을 빼서 장로회 수련회가 열리고 있는 원주 신림수양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선교비를 받았습니다. 내 손에 받아든 금액은 무려 50만원이라는 거금이었습니다. 그 당시 설교를 해도 10만원을 받던 시절인데, 무려 50만원을 받았으니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릅니다. 이 선교비로 무엇을 할까? 행복한 꿈을 꾸면서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다시 지방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강사 목사님을 보면서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강사 목사님 옷이 늘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전도사로 있던 시절, 부흥회를 하면 멋쟁이 강사 목사님들은 옷을 바꾸어 입으셨습니다. 와이셔츠도, 넥타이도 매시간 바꾸어 입으셨습니다. 어떤 강사님은 양복도 몇 번이나 바꾸어 입으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지방 강사 목사님으로 오신 분은 늘 똑같은 양복에, 똑같은 와이셔츠에, 똑같은 넥타이를 매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마음속에 ‘얼마나 어려우면 저렇게 똑같은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교회는 교인들 중에 목사님 양복 해 드리는 분도 많다고 하는데, 안산이 안산다고 하는 동네라서 많이 어려운가! 어떻게 부흥회를 오시면서 양복 단벌로 부흥회를 하실까!’ 그때부터 저는 강사 목사님의 양복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강사 목사님은 매번 똑같은 양복에 똑같은 와이셔츠를 입으셨습니다. 그때 갑자기 저의 마음속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야! 목사님들 양복 해 드리는 분들 많다고 하는데, 너도 한 벌 해드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무슨 전도사가 목사님 양복을 해 드립니까? 우리 교회 목사님도 아니고 지방 강사로 오신 목사님인데 왜 내가 양복을 해 드립니까? 그리고 비전교회에서 목회하면 무슨 돈이 있다고 양복을 해 드립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때 제게는 무슨 돈이 있었습니다. 바로 선교비로 받았던 돈, 무엇에 쓸 것인가 고민하면서 기뻐했던 돈, 그 당시 목회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이 받았던 돈, 내 한달 사례비보다 많았던 돈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부흥회 참석해서 성령 받아 교회 부흥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성령 받기는커녕 시험에 들고 말았습니다. 부흥회 설교시간에 강사 목사님의 설교는 하나도 안 들어오고 목사님의 양복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호문 목사님은 부흥회 때 구두칼 선물해 준 학생을 위해 늘 기도해서 그 학생 대학에 합격했다고 그러던데, 정말 내가 목사님 양복 사 드리면 교회 부흥할까?’ 내 마음대로 성을 쌓았다 허물었다 하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수요일 저녁 집회를 위해 집을 나서면서 받은 선교비를 주머니에 넣습니다. 헌금으로 모은 돈이라 제법 두툼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목사님이 다른 양복을 입고 오셨습니다. 주일, 월요일, 화요일은 같은 양복이었는데 마지막 날이라 다른 양복을 입고 오셨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합니다. “드려, 말어? 드려, 말어?” 한편으로는 진작 양복을 바꾸어 입지 않은 목사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진작 양복 바꾸어 입고 오셨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마지막 날 무슨 설교를 들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날 밤 내가 받은 선교비를 양복값으로 드렸더니 목사님께서 하신 말을 분명히 기억 납니다.

“이런적 처음인데”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목사님에게 양복을 사드린 것은....

얼마전 우리교회 권사님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권사님께서 양복을 맞춰 주시겠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양복점에 갈수가 없자, 권사님은 직접 가서 맞춰 드리는 것보다 돈으로 드리는게 낳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그 양복 값을 받아들고 갑자기 옛날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양복을 사 주었던 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곳에 와서 목회하는 동안 정말 많은 분들이 양복을 해 주었습니다. 제천에서 제일 좋은 양복집을 비롯하여 명동의 이름난 양복집 양복도 맞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내의 옷 값까지 두둑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산골교회 시골목사가 이런 복을 받았을까?

아마 그때 그 목사님에게 처음으로 해 드렸던 양복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성도들에게 하라고 하면서 우리는 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성도이거만, 우리는 성도들처럼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나는 목사인가, 아니면 목사 성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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