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렙 속에 드러나는 예수님
갈렙 속에 드러나는 예수님
  • 이구영
  • 승인 2021.01.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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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지파의 갈렙 할아버지는 어느덧 85세가 되었습니다. 정탐꾼으로 뽑혀서 가나안에 들어갔을 때가 갈렙 나이 40세 이었으니까 그때로부터 45년이 지났습니다. 함께 정탐꾼의 사명을 감당했던 동생뻘 되는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은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도자 여호수아는 땅 분배와 정복 과정에 많은 고민을 안고 씨름하고 있었습니다. 땅 분배과정에 서로 좋은 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좀 더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 때문에 다툼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일 험한 땅이나 강대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헤브론 같은 곳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것 때문에 지도자 여호수아는 오늘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비를 뽑았는데도 불복종하는 사람,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고, 더 좋은 땅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여호수아를 찾아가서 기가 막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바로 85살의 갈렙입니다. 85살 할아버지 갈렙은 이야기합니다.

‘지도자 여호수아의 고충을 안다고!’

가나안 땅을 정복해 들어가서 그 구석구석을 차지해야 하는데 제일 험한 쪽 헤브론으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기에 누굴 보낼지 고민하고 있는 여호수아의 고민을 안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형도 험하고 키도 크고 힘센 사람들이 사는 땅을 정복하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혹시 정복을 한다고 해도 아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은 험지이었습니다. 이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갈렙은 용기를 내어서 나이 어린 동생 여호수아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아우님! 제게 그 헤브론을 주십시오!’

비록 험하고 그곳에 사는 대적이 강하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니 비록 내 나이 들었을지라도 하나님 의지해서 정복할 것이라고 여호수아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갈렙은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땅을 보면서,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서, 그 욕심쟁이들, 자기밖에 모르는 것들마저도 잘 살아가라고 스스로 험지를 선택합니다. 이 말을 들은 여호수아는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여호수아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땅을 정복하러 군사를 모아가지고 출전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는 갈렙입니다. 그만큼 믿을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평생의 동지요 형이요 가장 신뢰할 만한 사람 갈렙을 그 험한 땅으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나이가 있어서 이제는 살아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땅에 갈렙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 여호수아에게 먼저 갈렙이 찾아와 이야기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하자고!’

그 땅은 이미 45년 전에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이니 내가 가서 전쟁할 것이고 내가 우리 부족과 함께 그 땅을 얻어낼 것이니 근심하지 말라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데 내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갈렙은 고민하는 동생 여호수아를 달랩니다.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라는 말은 이 험지를 내게 주소서! 의 다른 표현입니다. 그곳에 금이 있고, 철이 매장되어 있어서가 아닙니다. 갈렙이 그 땅을 정복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여호수아의 근심을 덜어주는 길이고, 백성들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갈렙의 모습 속에서 스스로 십자가를 선택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천국에 이르는 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 하는데... 사랑으로 자원하는 경우에만 효력이 있는데...

하나님의 마음을 아시는 예수님께서 스스로 십자가를 선택하십니다. 그리고 이 땅에 오셔서 험한 십자가를 감당하십니다. 덕분에 우리는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얻게 되었고, 행복한 정착민의 삶을 영위하게 되었습니다. 갈렙의 희생적 선택 속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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