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스물 한 번 째 이야기
큰나무 스물 한 번 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0.12.30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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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올 해는 가히 최악이다. 잠간의 외출이라도 마스크를 써야하고 손소독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이웃을 방문 할 때도 적잖은 눈치를 봐야하고 좀 크다하는 기관이나 관공서는 내장이라도 살필 것 같은 체온계 앞에서 정상체온임이 밝혀져야 출입을 허락 받는다. 이도 모자라 여타의 신분 노출이 필요하고 전화번호를 적는 일은 기본이다. 이젠 마스크에 익숙해져 쓴 채로 음식을 입에 가져갔다가 헛웃음을 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회의 예배도 서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가 고개를 숙이거나 수인사로 헤어지는 인사를 하는 것이 만남의 전부이다. 영상으로 드리는 예배와 온라인 입금으로 드려지는 예물은 실감성을 떨어뜨리고 몸 된 교회적 모습에 대한 감각을 둔화 시킨다.

사람의 사람 됨 의 근거는 타자와의 관계성에 바탕을 두는데 너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져 버렸다. 대화와 교감이 사라지면 사회의 구성을 연결시키는 보이지 않는 끈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 반갑긴 한데 할 말이 별로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언어의 전달 방식도 말로만이 아니라 표정과 눈 빛 손짓 등의 다양한 전달을 통하여 통합적이고 내면적인 요소의 전달이 가능한데 마스크로 가려지고 영상이나 휴대폰 문자나 이모콘 등의 전달 방식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여전히 대화하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중심을 이해하고 살지 못하는 언어의 소화력이 급격히 저하 된 상태이다. 조만간 사회는 언어의 혼란으로 인한 개개인의 고립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문명이 거대한 바벨탑이 되고 서로를 이어주는 기계가 칸막이 역할을 하면 열린 고립의 상태를 피하기 어렵다.

어린 시절 시골 마을의 예배당은 대화의 단절이나 대중속의 인간 소외 같은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현실적응 같은 문제도 낯설기 그지없는 단어이고 기계나 인공의 냄새를 풍기지 않는 날것들의 세상 이었다.

성탄 전야 예배당 중심을 차지 한 벌건 톱밥 난로에 둘러앉은 아이들은 애써 부모의 허락을 받고 새벽송 행사에 동참자가 되었고 놀이와 이야기로 동짓달의 긴 밤이 짧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보냈다. 새벽송 답례품은 초코파이와 귤이 가장 많았고 어쩌다 금일봉을 마련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교회에서 내준 담요 몇 장과 뻥튀기 한 바구니는 긴 밤을 새우는데 요긴한 간식이 되었다. 성탄의 이야기와 아울러 그 누구의 연애 담과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 달 전부터 연습을 거듭한 성탄절 칸타타는 성탄이부의 백미로 잘하고 못하는 평가적 의미 보다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만든 공동의 하모니가 큰 의미로 작용했다. 청중들의 박수와 이어지는 촛불 예배는 마음속을 들끓게 하는 모든 인간의 욕망을 잠시라도 멈추게 하고 거룩함이 현실로 경험 되어지는 신비로 모두를 감싸 안았다.

마리아의 수태고지와 마구간의 태생은 눈가를 촉촉해 젖게 했고 사가랴의 예언은 영혼에 엄중한 소명의 동참자로 우리를 초대했다. 동방박사 이야기는 전달자와 청중을 고된 순례 길에 세웠으며 목자들에게 들려진 천사들의 노래는 거룩한 외로움에 몸서리쳐지는 감동이었다. 임마누엘의 함께하시는 은총을 들을 때 심장은 터지기 직전으로 두근거렸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단순히 말로 전하는 재주를 가진 자를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코로나 마스크로 가련 진 현실의 절망과 탄식은 나만의 어둠이 아닐 것이다. 성도들의 화답과 눈빛과 표정이 이처럼 간절한 것은 전달하고 싶은 자의 답답함과 은총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망이 마주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있는 말씀의 전달자로 서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다. 그리고 신앙이 자신의 삶과 영혼에 전부로 경험 되어지는 성탄절의 은총이 지금을 사는 신앙인들에게도 여전한지를 조심스럽게 묻고 싶다.

창문 밖은 온통 어둠으로 채워지고 시간도 얼어 버린 듯 긴 밤이 이어진다.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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