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베드로
멍청한 베드로
  • 이구영
  • 승인 2020.12.11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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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주민세를 내는 것처럼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도 주민세를 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계좌이체를 하거나 은행에 가서 내지만 당시에는 세금 징수원들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혹은 장소를 정해 놓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받았습니다. 예수님 일행이 가버나움이라는 큰 도시에 이르자 세금 징수원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의 선생님은 세금을 냅니까?”

베드로는 뜨끔했습니다. 아직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대답합니다.
“예 물론 우리들도 세금을 냅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십니다.
“시몬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세상 임금들이 누구에게 관세와 국세를 받느냐 자기 아들에게냐 타인에게냐?”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왕은 자신의 아들에게 세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세금을 받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아들들은 세를 면해주는 것이니까. 우리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금을 안 내면 그들이 공연히 우리를 트집 잡을 것이니까 그들이 실족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네가 세금을 내는 게 좋겠다. 베드로가 말합니다. ‘돈이 없는데요’ 그때 예수님께서 전혀 상상도 못할 이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호수에, 네가 일하던 그 갈릴리 바다에 가서 낚시를 던져 먼저 오르는 고기를 가져 입을 열면 돈 한 세겔을 얻을 것이니 가져다가 나와 너를 위하여 세금을 내라. 너와 내 몫으로 충분할 것이다’

자 만약 여러분이 이 말씀을 들으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살면서 고기를 잡았더니 그 속에서 5만 원짜리 신사임당 그려진 지폐가 나왔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습니까? 동화 속에나 있는 이야기이지 물고기를 잡았는데 그 물고기 입에서 금덩어리가, 다이아몬드가 나왔다는 사람 주변에 있으신가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베드로도 물론 어부생활 수십 년에 돈 물고 있는 물고기는 본적이 없습니다. 혹 돈이 입 속에 있는 물고기가 있었다 할지라도 고기가 미끼를 물고 끌려 오는 동안 입은 벌어지고 그 속에 있던 동전도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가능성 0%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그렇게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우리들 이라면 뭐라고 했을까요? 호숫가까지 가려면 피곤하고, 멀고, 덥고, 땀나고 먼지 뒤집어쓰고 힘드니까 여기서 그냥 주세요! 아니면! 몸이 아파서 못 간다고 핑계를 대거나, 회계를 담당하는 제자에게 이 일을 미루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멍청하고 단순한 베드로는 그냥 갑니다. 낚시대 챙겨서 돈 물고 있는 고기 잡으러 갑니다. 바로 이 모습이 제가 존경하고 닮고 싶고 어떻게든지 흉내내보고 싶은 베드로의 모습입니다.

예수님 말씀이 이해는 안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아닙니다. 때로는 이런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을 시키시는 예수님이 야속하기 까지 합니다.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멍청해서 예수님 말씀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아멘입니다. 주님 말씀하시면 덥지만, 먼지 나지만, 낚시대 챙겨서 돈 물고 올라오는 물고기 나올 때 까지 낚시를 할 수 있는 믿음의 사람 순종의 사람 베드로!

어쩌면 밤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는데도 갑니다.

제가 닮고 싶은 베드로입니다.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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