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부친 문병하던 하룻밤
난생처음 부친 문병하던 하룻밤
  • 민돈원
  • 승인 2020.12.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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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신학교 현직에서 은퇴하였으나 여전히 목회자 리더십을 진행하고 계시는 모 교수님이 최근 페북에 쓴 이런 글을 읽어 보았다. 준회원 목사 안수받기 전 심사위원들에게 첫 번째 받은 질문이 “교회 일, 가정 돌보는 일, 자신을 돌보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이냐?” 였다고 한다.

그때 그분은 당연히 ‘교회 일입니다.’라고 했더니 다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교회 일은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아, 그러나 가정일은 네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결론은 내리지 않고 각각의 견해에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의 목회환경은 내가 맨 처음 목회할 당시였던 90년대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더더구나 우리 선배 목사님들의 수십 년 이전 시대와는 그 이상으로 또 다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위의 질문에 대해 수십 년 전 우리 선배 목사님들과 내가 목회할 당시만 해도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서슴없이 ‘교회 일이 우선입니다.’라고 하는데 그다지 머뭇거림이 없었을 것 같다. 지금도 내 경우만 해도 몸과 물질과 시간 등을 바치는 데 있어 그렇게 사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리만치 교회 일이 최우선이 되어 있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삶은 도리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러다 보니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을 본의 아니게 잘 돌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감사하고 주님의 은혜라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댈 수 있는 것은 아래로 6명 형제 중 부모님 가까이에 두 동생이 살고 있어서 부분적으로 미흡하지만 그들이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몇몇 동생들도 수시로 부모님 생신이나 이번처럼 편찮으실 때 다들 직장생활로 촌각의 시간을 쪼개어 사는 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월차, 연차를 내서 먼 거리를 달려간다. 더듬어보니 장남이면서도 2년이 넘도록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러던 중 3주 전 부친의 몸 상태가 극히 좋지 않아서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 담당 의사로부터 담도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담당의는 수술할지, 퇴원해서 다른 치료를 할지를 가족이 결정해 달라고 했다는 소식을 동생들에게서 긴급하게 듣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광주로 내려가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장남 수능 시험일인 12. 3(목) 지나면 그다음 주 초 내려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장남으로서 내가 결정해주기를 동생들이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을 변경하여 우리 가족 4명이 모두 내려갔다. 아들은 지난해와 달리 이번 수능문제가 쉬워 잘 치렀다고 좋아하며 할아버지께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겠다는 마음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듯이 막상 이 소식 너머 부친의 진단결과를 듣고 보니 무척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까지 담에 염증 정도 있다고 생각했고, 늘 그렇게 말씀하셨던 부친의 기대는 담당의의 최종결과 소식으로서 다 사라진 셈이다. 담당 의사가 수술할 수 있다고는 했으나 그 이후 희망적이지가 않았다. 부친의 연세가 80대 중반이신지라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에 그날 밤 퇴원하는 결정을 부친과 상의했다. 동생들과도 협의했다. 결론은 퇴원하여 부모님 계시는 집으로 일단 모시도록 했다. 통증이 없고 몸을 스스로 자유롭게 움직이실 수 있고 매끼 식사도 잘 드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날 하룻밤을 아버님과 함께 지냈다. 지금까지 주님의 은혜로 부친은 한 번도 병으로 인해 몇 일간 입원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셨다. 그러기에 마음이 아팠다. 난생처음으로 병실에서 부친 문병하느라 함께 지낸 것이다.

이후 아버님을 어떻게 해야 마음을 평안하게 해 드리고 현재의 병명에 불안하지 않고 주님 주시는 담대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한계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를 기도 제목으로 우리 가정에 남겨주신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한다.
모든 상황을 초월하시되 동시에 우리 안에 임재하여 살아계신 하나님, 주 예수 십자가의 보혈 의지하며 성령의 충만한 능력과 넘치는 기름 부으심의 역사로 아버님이 질병의 속박에서 치유되고 회복되어 그 큰 구원을 이루신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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