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것과 사는 것이 다른 사람
말하는 것과 사는 것이 다른 사람
  • 송근종
  • 승인 2020.11.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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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말과 글은 마음의 얼굴’이라는 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글은 오래오래 종이에 남는 것이고, 말은 그냥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마디의 말 또한 듣는이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된다. 한 사람의 펜으로 씌어진 글은 그 사람 특유의 개성을 지닌 작품이 되듯,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선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말의 작품을 빚을 일이다.”

곱씹어보면 볼수록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는 시입니다. ‘그녀는 얼마나 오랜 삶을 살았기에, 얼마나 깊은 묵상을 하였기에, 이런 귀한 깨달음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나 자신을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 둘은 틀리고 하나만 맞는 거 같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저의 교만이요 오해일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말과 글과 그 사람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또한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글이 정말 그 사람의 개성과 삶을 담아내는 글이 될까요? 말이 정말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말이 될까요? 요즘 여기저기서 쏟아 내는 말과 글 또는 책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소위 한 입 가지고 두 말 하는 사람, 남들 앞에서는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삶은 완전히 협잡꾼인 사람, 현란한 문체로 멋지게 글을 써 내려 갔지만 그 삶과 생각은 똥인 사람, 등등을 보면 말과 글이 그 사람을 전적으로 표현해 주지는 못하는 거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예를 들면 한때 열정적인 설교와 더불어 시원한 문체로 필자를 비롯한 많은 독자층을 가졌던 전0욱 목사가 그렇습니다. 그의 더럽고 기이한 행적을 알게 된 후에는 책꽂이에서 그의 책을 하나도 남김없이 빼내어서 찢고 그것을 쓰레기장에 버렸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그 어떤 사람이 그 책을 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른 체 순진하게 그의 거짓된 말과 글에 미혹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랬습니다. 어떤 분은 그 또한 은혜의 통로라고 하시겠지만, 당시 그의 이중적인 면모에 속았다는 심정으로 그 은혜조차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은 이해인 수녀의 마지막 시구처럼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선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말의 작품을 빚’는 일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말한대로 살려고 하는 삶’이 수반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말과 글이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찢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가장 훌륭한 사람은 예수님처럼 말한대로 사는 사람인 거 같습니다. 어렵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정말 멋진 사람인 거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집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말한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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