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의협 전철을 밟지는 말자
교회는 의협 전철을 밟지는 말자
  • 민돈원
  • 승인 2020.10.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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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들이 제자들의 의사고시 재시험을 요청한데 이어 10월 8일에는 4개대학 의료원장들도 나서서 지난달 집단 의사고시를 거부하며 정부에 저항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응시 선처를 정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 응시는 없다.' 라는 등 정부 측의 반응은 조금도 변함없이 단호했다.

결국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처음에 단호하게 주장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불리해지자 정부 측의 압박수위에 못 견디고 왜 180도 선회했는지 알쏭달쏭하다.

이처럼 개인이든 집단이든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서 원칙이 없고 진리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 그리고 그 주장하는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하고 패배한다. 왜냐하면 강자 앞에 약자는 힘이 부치다 보면 무릎 꿇기 마련이고 말 바꾸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장래를 가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의사들과 정부측간에 벌어지는 이해하기 힘든 파워게임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하는데 직시하는 대로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 역시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에서 수심이 깊어지다 못해 개체교회 힘만으로는 한계성이 있음을 감안할 때 패배주의에 빠지지나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예컨대 지난 8월 청와대에 들어간 16명의 교단 대표들을 보면서 그렇다. 그들은 지금 상황이라면 겸허히 손을 얹고 과연 책임적인 행동을 했었는지 깊이 자성해야 한다고 본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예배에 관한 한 더 심각해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을 뿐 그들의 요구로 진전되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이 두려워 하나같이 단 한사람도 예언자적 사명을 못하고 그리도 뒤가 무르고 패배의 그늘만 드리운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는지 개탄스럽다. 폼 나는 오찬을 하며 부담 없는 얘기들 할 때야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주고받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직언해야 할 시간에는 피상적인 제안이나 하는데 그쳤고 때론 침묵하고 말았다. 그러니 결국 한국교회 대표자랍시고 망신살이만 하고만 부끄러운 날로 기억되리라.

엊그제 발표가 좀 나아졌다고 할지 모르나 계속 이렇게 별 저항없이 꽁꽁 묶인 채 풀어 주기만을 기다리다 못해 의사협회처럼 패배적이고 굴욕적인 읍소로 종속에 견디다 못해 기껏 선처 베풀기나 바라고 있다면 그 후유증은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몰골스런 한국교계의 모습이 한 때 화려하여 사람들이 찾던 가을 잎 단풍이 떨어져 짓밟힘과도 같다. 왜냐하면 그 짙어지던 형형색색의 주목받던 단풍이 어느 순간 갈기갈기 찟기고 날리다 밟혀 처량하게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러울 정도로 일상화 되어 버린 전 국민 100% 가까운 마스크 착용으로 입만 막혔나 했는데 그토록 뜨거웠던 기도도, 친교도, 주님 체험해야 할 성령의 역사도, 그리고 전도 등에 이르러 주님께 나아가는 길이 터널이 아닌 함정에 빠져 가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앞길이 보이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도 믿음이 아닌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로 예언자의 사명은 권력 앞에 주눅 들어 외마디도 못하고 무력한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뒤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직한 자기 점검으로 우리 안에 사분오열하지 말고 교회 본연의 자세인 교회론과 예배에 대한 신학적 개념부터 정리하고 회복해야 할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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