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올바른 교회상을 확립하고 새로운 감리교회를 건설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올바른 교회상을 확립하고 새로운 감리교회를 건설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 곽일석
  • 승인 2020.09.2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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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낡고 와해된 신앙공동체의 희망과 미래를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는지?

최근 들어 우리 감리교회는 십 여 년 전의 김국도 목사의 당선 무효의 사건으로 촉발된 감리교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걱정 어린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제 내일 9월 22일까지 중부연회 선거권자 지위 확인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제34회 총회 감독회장 및 감독선거의 선거일정이 어쩌면 순조롭게도 진행될 수 있겠다 싶은 기대가 앞서지만, 또 다른 상황이면 우리 감리교회는 극한의 갈등과 혼란으로 빠져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희망은 우리 감리교회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혜와 함께 150만 감리교회 구성원들의 성숙한 신앙적인 의지가 우리 감리교회를 바로 세우는 커다란 동력이 될 것입니다.

첫째로, 21세기 새로운 감리교회를 건설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감리교회는 1973년 분열 후에도 총리원 측과 갱신 측이 합동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습니다. 경기연회는 1975년 갱신총회 측과 연합총회를 구성했고, 그해 12월에 갱신 측 총회와 중부중립 측 교회들과 합동하여 갱신총회를 이루었습니다.

1977년 5월 양측 대표들이 통합을 위한 4개의 “합동원칙”을 합의했습니다. 마침내 1978년 10월 26일, 갱신총회 측과 총리원 측은 배화여고에서 합동총회(제13회 총회)를 개최하고 분열된 지 4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김창희 감독은 지난 시간 겪은 극심한 진통과 분열의 대립과 시련을 몸서리 칠 정도로 실감한 한국감리교도들에게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간의 오래고 긴 날을 한숨 지며 괴로워하며 애통하는 고난의 날로 보냈습니다. 뼈를 깎는 듯 한 분열의 고통, 거기에 따르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냉혹한 배신과 무관심, 온갖 수모와 비방, 사실 한 인간이 평생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없을 온갖 심리적 고난을 한꺼번에 당한 것 같기도 했으며, 이 교단의 전통과 권위, 그리고 제도와 질서가 와르르 무너지는 위기감마저 느꼈습니다...그리고 우리 마음의 아픔이 크고, 그 외로움이 깊었기에 형제의 사랑을 더욱 갈구하게 되었고, 우리의 의지와 노력을 전적으로 집중하여 이렇듯 오늘의 영광스런 합동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이제 우리는 올바른 교회상을 확립하고 새로운 감리교회를 건설하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기독교대한감리회 제 13회 총회(합동총회)록>, 1978, 65-69쪽.

지금도 여전히 우리 교단은 비상한 시기입니다. 교단의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성취하려는 격동의 때요, 미증유의 국란과 재난을 이겨야 하는 필사의 때요, 새 시대로의 전진을 향해 도약하려는 결단의 때입니다.

둘째로, 1인 4년 감독제를 권력분산형인 2년 겸임 감독제로 바꾼다는 데 있습니다.

1978년 합동을 계기로 감리교회는 그 후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그 때 만들어진 제도와 구조의 틀로 40년여를 살아왔습니다. 즉 합동총회에서 감리교회의 제도와 구조와 관련하여 4개의 중요한 원칙을 결의했으니, 그것이 오늘날까지 감리교회체제의 기본 틀입니다.

4개의 합동원칙은 ‘완전 다원화 감독제, 총대 선출방법 합리화(단순화), 개체 교회 중심화, 사업기구의 독립과 기능화’였습니다. 그 핵심은 권력 집중형인 1인 4년 감독제를 권력분산형인 2년 겸임 다원 감독제로 바꾼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한국감리교회의 분권지향적인 셋째 패러다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연회 다원화 감독제와 개체교회 중심의 지방분권형 감리교회로 가기로 하고 연회장 제도를 채택해보았던 1967년 3월 특별총회(제10회 총회)로부터 12년여가 걸린 후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교회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 구조와 제도 개선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정작 필요한 신학적인 성찰과 전망 작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가령, 개체교회 중심의 지방분권형 감리교회 구조를 운용하여 수립해야 할 참된 교회상이나 한국감리교도의 새로운 정체성 정립, 더 나아가 새로 변한 시대 속에서 지니고 살아야 할 건강한 신앙 패러다임을 찾아내는 신학적인 일에 또한 집중해야 했던 것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1930년 기독교조선감리회 패러다임을 형성할 때는 교리적 선언 작업을 통해 감리교 역사와 신학의 방향에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언제나 교회 제도와 구조의 개혁은 새로운 신앙 패러다임에 바탕을 둘 때 온전한 생명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로, 참된 미래 역사의 지평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더 이상 나열할 필요 없이, 셋째 패러다임의 구조와 축이 낡아 와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곧 한국감리교회는 11개 연회 다원화 감독제도의 비효용성과 부패성, 연급순 총대제도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개체교회 중심제의 분립성과 빈곤성, 비공동체성과 비공교회성, 본부 각국의 전문화 실패와 무비전과 무정책성이 서로 작용하며, 심각하게 부작용을 확대재생산하는 낡은 패러다임의 틀 속에서 침몰되며 신음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입니다.

이렇게 낡고 와해된 신앙공동체의 희망과 미래를 과연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런지,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의 눈을 밝게 뜨고서 한국감리교회가 밝은 희망과 새 역사를 열어가기 위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참된 미래 역사의 지평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의 과거 역사와 전통에 대한 겸허하고 지혜로운 접근을 통한 심원한 성찰과 그 ‘창조적인 계승과 비판적인 극복’은 필수적인 요청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감리교도로서 자기 정체성(Self-Identity)을 새롭게 자각(自覺)하고 정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심원하게 각성된 자기 정체성과 그 비전의 빛 아래서 네 번째 패러다임을 형성해갈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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