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텨야 합니다.
잘 버텨야 합니다.
  • KMC뉴스
  • 승인 2020.09.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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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물론 수도권이 아직 거리두기 2.5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한 지인 가정의 빈소에 다녀왔습니다. 장례식장에 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렸습니다. 왜냐? 사랑하는 가족이 스스로 삶을 포기한 경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족들을 위해서라도, 가서 위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갔습니다.

빈소에 가니 사진 속에서 망자가 웃고 있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그동안 웃지 못했던 것을 풀려는 것인지, 망자의 웃음은 그 누구보다 환했습니다. 망자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겪었을 힘든 시간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저런 방법으로 버티고 또 버티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갈 곳이 없게 되자, 삶으로부터 도망치는 쪽으로 선택했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이런데, 유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가보니까, 가족들이 큰 충격 속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마음의 충격이 너무 커서, 자기들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였습니다. “버티셔야 합니다. 마음껏 우시고, 힘든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하루하루를 버티셔야 합니다.”

그랬습니다. 가족들이 해야 할 것은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사랑과 이해와 대화로 버티면,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나를 살려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조지아주에서 있는 한 교도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홉스’라는 보안관이 교도소를 살피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머리를 크게 부딪히며 피를 흘립니다. 죄수들은 갇혀있었고, 동료는 없고, 주변에 도울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그런데 그때 기적이 일어납니다. 한 수감자가 홉스를 보고 소리를 지르더니 문을 쾅쾅 두드립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든 수감자가 하나둘씩 홉스를 위해 큰 소리를 냅니다. 모두가 홉스를 위해 한마음으로 외치고 두들기는 소리에, 홉스가 순간 의식을 되찾고 제어 해제 버튼을 누른 뒤 또 쓰러집니다. 그 순간 감옥 문을 열고 나온 세 명의 수감자가 나와서 구조를 요청합니다. 그 덕분에 홉스는 서둘러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무사하다고 합니다.

수감자가 볼 때, 홉스는 불편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왜 홉스를 살리고 싶었던 것일까요? 알고 보니 홉스는 수감자 하나하나를 따뜻하게 대우했다고 합니다. 냉랭하게 대해도, 때때로 욕해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먼저 따뜻하게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나중에는 서로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고, 결정적일 때 그를 살렸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상황만 보면 서로 냉랭할 수밖에 없는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내가 힘든 것을 생각하고, 내가 어려운 것을 생각하며 분노를 풉니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크고 작은 폭력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따뜻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애써서 이웃을 돌아보고, 애써서 따뜻한 손을 내밀어보십시오. 그렇게 마음먹고 한번 버텨보십시오. 그러면 오히려 그 말도 안 된다고 했던 것이 나를 살려줄 것입니다. 세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 잘 버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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