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사는 나무
죽어도 사는 나무
  • 김욱동
  • 승인 2020.07.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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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내외가
팔송 재너머 오지로 들어가 맞은
몹시도 춥고 긴 첫겨울
누군가 베다가 버린
한 짐 참나무 등걸 온기로
봄기운에 움막 녹을 때까지 버텼다

십리 길은 족히 가야
제대로 말동무할 친구와
부탁한 적도 없는데
두 내외 대신 죽었다는 사람이
매달린 관솔 자국 투박한
꽃 산딸나무를 걸어둔 예배당이 있었다

낡은 두루마기였지만
풀먹여 단정한 교회 주인장은
그분께 고마운 인사나 하겠다니까
십자가 못 박힌 뒤
3일 만에 다시 살아서
새처럼 하늘로 갔다고 했다

그 후 자식들이 자라자
영험한 나무와 못을 뽑고
살아난 분 얘기를 긴가민가하면서
손과 발 마디마다 옹이자국
굳은살로 식구들 배곯지않을 터 일구고는
당신이야말로
죽어도 사는 나무같이 하늘나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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