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나무 아홉 번째 이야기
큰나무 아홉 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0.07.16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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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아마 그분의 생신이었을 것이다. 멀리 살고 있는 아들이 그를 방문했고 떠나면서 얼마의 용돈을 손에 쥐어 주었다. 영월 덕포에 장이 서는 날 그분은 나를 장날로 초대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셨고 드디어 그분이 나를 위해 준비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시작하셨다.

1톤도 안 되는 아주 자그마한 트럭 앞에 나를 세우고 넥타이를 서너 개 골라 내목에 대보기 시작 했다. 내게 넥타이를 선물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몇 번을 재고 난후에 결정한 타이는 온통빨간색에 가운데 음악책에 나올 것 같은 고부라진 문양이 새겨진 그야말로 아주 시골스런 스타일의 타이었다. 내 맘에 들든 안 들든 돌아오는 시간 내내 나를 보고 행복해 하셨다. 그분에게는 아주 큰맘을 먹고 내게 베풀어 주신 선물이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장애를 지닌 아들을 키우셨는데 놀라운 것은 그 아들은 자신이 나은 아이가 아니었다. 평생 혼자 사시면서 가난과의 힘겨운 전쟁을 평생 치렀다. 집은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움막 비슷한 곳에 기거하셨는데 살아서든 죽어서든 누군가의 짐이 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셔서 주변의 도움조차 거절하셨고 방안 위목에는 널빤지를 커다란 돌로 눌러놓으셨다. 가득이나 좁은 방에 왜 널빤지를 드려 놓고 살고 계신지는 후에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당신이 죽고 나면 장애를 지닌 아들에게 부탁하기를 관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단다. 내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꽤나 많은 돈을 숨겨 놓으셨는데 장례비용으로 마련해 놓으신 것이다.

나는 그분이 사주신 타이를 그 교회를 떠나 임지를 옮길 때까지 예배 때마다 매고 강단에 섯던 것 같다. 그 이벤트가 있던 장날 내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나만의 생각이 있다. 그 한마디가 내게 있어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그 한마디는 뜻이 없는 가장 행복한 표현이다. 그것은 아주 타이밍이 중요하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 되도 아니 한만 못하게 되는 그 한마디, 타이를 맬 때마다 내게 다신 그런 실수는 하자 말라고 타이른다.

그 후 나는 사람들의 호의가 있을 때마다 긴장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 준비 된 어색함을 지우고 자연스러움을 지니기 위해 적당한 연습을 하곤 한다. 이것을 나는 나의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이 감탄사는 그의 호의를 아름답게 만드는 마지막 레시피가 된다. 그리고 그와 내게 행복을 안착시키는 아주 중요한 윤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종종 이 한마디를 잊은 통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많은 선물을 놓치는 실수를 저지로곤 한다.

그분은 내개 타이 외에도 식사에 초대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주셨는데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큰 소리로 눈을 크게 뜨며 나의 감동을 표현했다. 그분이 준비해준 식탁은 내가 경험한 식탁 중에 두 가지의 최고를 자랑한다. 하나는 초라함의 최고 이다. 밥과 국 나물 반찬 하나가 전부인데 휘어진 숟가락에 젓가락은 높이가 틀려 음식을 집을 때 여간 불편하지 않다. 또 하나의 최고는 내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내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는 친절이다. 그 교회를 사임하고 이사하는 날 온통 주름투성이 얼굴에 눈물이 범벅이 되어 내 손을 놓지 못하시던 그분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 누군가가 내게 선물을 준비할 때 그는 분명 나를 수없이 생각하고 나의 감동을 기대하고 조심스럽게 선물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에게 이렇게 반응해 주면 그는 선물을 받는 나보다 더 행복해 진다. 와~!!!

나는 아내와 자녀들이 기대하는 이 한마디가 늘 모자란 삶을 살아간다.

이른 아침 떠오르는 햇님을 바라보면 오늘 하루를 선물하신 하나님께 나는 이렇게 화답한다.

와~!!!

백합향기가 가득한 마당에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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