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사람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 KMC뉴스
  • 승인 2020.07.1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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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회가 코로나 19로 너무나 힘든 때이지만, 코로나 19보다 더 가슴아픈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유치원에서 일어난 대장균 식중독 사건! 어린 나이에 투석 치료를 받는 원생들도 나왔고, 심지어 원생에게서 2차 감염된 아이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사람들에게 준 충격은 큰 것 같습니다. 일단 아이와 함께 거리를 산책하는 부모님들의 수도 많이 줄었습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병명 대신 사용한 ‘햄버거병’이라는 명칭 때문에, 이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는 햄버거가 기피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비슷한 사건이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더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 사태의 과정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법에 보면, 단체급식을 하는 곳은 혹시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반드시 역학조사용 음식 샘플을 보관하도록 합니다. 그것을 보존식이라고 합니다. 이 법에 따라 당국은 유치원에 보존식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존식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식중독의 과정을 알아내는 일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보고하지 않은 것! 또 보존식을 누락한 것! 이러한 일이 실수였는지, 일부러 그랬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피해 아동들의 부모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했던 실수가 아니라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렇게 해서 혹시나 드러날 잘못을 덮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6월 말,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장을 고소합니다.

진상을 조사 중이니까, 결과를 넘겨짚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지적할 것이 있습니다. 사건이 드러나고 나고 얼마 뒤,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식중독에 걸리지 않은 아이들을 다음 달 1일부터 등원시켜도 좋다는 문자였습니다. 이 문자를 본 학부모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이들과 부모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이들을 등원시키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 사건의 진상이 확실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분명하게 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피해 아동과 가정에 진심 어린 사과와 성의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도 그 유치원을 믿고 등원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불안해하는데 등원을 시키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결론밖에 낼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이 있고, 돈이 많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해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언젠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맙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먼저가 되어야 합니다. 이 유치원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이런 문제는 예외가 아닐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교회에서 때때로 하나의 목적에 몰두하다 보면, 사람에 대한 배려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제 다시 배려가 필요한 때입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코로나 19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배려가 없을 때 생기는 겁니다. 오늘부터 사랑하는 가족들, 동료들, 교우들을 먼저 배려해보면 어떨까요? 사랑이 넘치는 우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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