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면서까지 부담금을 내야 하나요?
빚지면서까지 부담금을 내야 하나요?
  • 송근종
  • 승인 2020.06.20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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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말 예장 통합측에서는 소속 목회자 1135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 조사를 하였습니다. 그 주요 결과를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헌금이 감소한 교회’가 69%, ‘증가한 교회’는 1%, ‘변함없는 교회’가 30%로 조사되었습니다. 교인 수의 변동에 대한 목회자들의 생각도 ‘감소할 것’ 49%, ‘변화 없을 것’ 41%, ‘증가할 것’은 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목회자들은 코로나 이후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서도 ‘출석교인 수 감소’ 30%, ‘소형교회 어려워짐’ 17%, ‘온라인 예배/컨텐츠 활성화’ 15%, ‘교회학교 학생감소 가속화’ 10%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지용근 대표, 코로나19 이후의 한국교회 대토론회 자료집, 124-126).

한마디로 말해서 대다수 목회자들의 예상은 대부분의 교회들이 머지않아 재정 위기를 맞을 것이며, 그나마 남아 있는 교회들도 양극화 현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것입니다.

2.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목사님 교회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교인들의 주일성수 인식 및 소속감이 약해짐’이 39%로 가장 높았고, ‘재정 문제’ 20.8%, ‘다음세대 교육문제’ 15.3%, ‘온라인 시스템 구축 어려움’ 10.1% 등의 순으로 답하였습니다(위의 자료집, 183).

전반적으로 목회자들은 ‘코로나19’ 이후에 교회가 매우 큰 위기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목회자로서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내놓고 있는 데이터들을 종합해 보면 그것이 기우(杞憂)만은 아닌 거 같습니다.

3. 따라서 마태복음 25장의 ‘슬기로운 다섯 처녀’ 이야기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다음의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슬기로운 감리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1) 지난번 글에서도 피력하였지만 이제는 교회 공간의 문제도 미연합감리교회(UMC)와 같이 한 공간에서 여러 교회가 함께 사용하는 것이나 온라인상의 교회 개척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장에 월세를 내지 못하는 교회가 속출할 것이며, 기존의 교회들도 언택트 문화가 형성되면서 오프라인 교회 출석을 주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형교회의 재정 부담을 줄여 주거나, 한 공간에서 다양한 특수 사역들이 이루어짐으로 인해서 성도들의 다양한 니드(need)를 채워주는 교회로 탈바꿈해야 할 것입니다.

제도적인 제약이나 은급비 등의 문제로 변화를 주저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감리교회의 교세 약화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현실이 될 것입니다.

2) 두 번째는 인력 감축 및 운영비의 절감입니다.

이는 비단 개체 교회뿐만 아니라 본부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교회와 본부는 교인들의 헌금으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인들이 실업자가 되거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필연적으로 헌금 감소가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교회가 재정 부담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입니다.

지난 4개월 동안 코로나로 인해 필자의 교회도 마이너스 재정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적립해 둔 예금이 없어서 재무부는 부족한 금액을 은행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하반기에 또다시 코로나가 확산 된다면 상반기보다도 더 큰 재정 적자가 일어날 것입니다. 말 그대로 빚을 내서 교회를 운영하고 부담금을 내야 하는 형편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나 본부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운영비를 절감하는 방안들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예전에도 큰 어려움을 견디어 온 교회이기 때문에 너무 설레발치지 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겪는 코로나는 이전의 어려움과는 전혀 양산이 다른 것입니다.

이 또한 피할 길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피할 길이 없다면 제 살을 깎는 희생이 없이는 다시 살 수 없음을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반추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마지막으로 교회 행사 및 연합 행사들은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재난 위기 시에 국한된 대안일 것입니다. 재정이 풍요롭고 성도들이 활동적이면 그 에너지를 발산할 많은 행사들이 자연히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도 가뜩이나 어려운데 기존의 행사들이 여전히 진행된다면 이는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에 이중 삼중의 고를 더하는 것입니다. 후원금 없이도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굳이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조용히 치러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의 영광이 드러나는 떠들썩한 교회의 행사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교회가 스스로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 선교의 지평을 넓혀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런 행사 비용들을 절감하여 재정 위기를 탈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머리를 맞대고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무너지면 연합회나 본부나 다 소용없는 것입니다. 교회를 살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지도자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최근에 통합측의 코로나 대책 자료집을 보면서 한참을 앞서 가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그런데도 빚을 내서 부담금을 내야 하는 오늘의 감리교회 현실을 보면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이게 현장 목회자들의 마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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