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들녘에서 두루미를 보는 낭만
강화 들녘에서 두루미를 보는 낭만
  • 민돈원
  • 승인 2020.06.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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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들판에 서식하는 두루미
강화 들판에 서식하는 두루미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지의 땅이었던 강화, 이곳에 부임한 이후 그다지 관심 없게 지나쳤던 넓게 펼쳐진 들녘이 최근 새삼스럽게 내 마음에 다가왔다. 관심 없다는 이유는 어릴 적 시골에서 논과 밭에서 밤낮 일하며 자라온 게 하루의 일과였기 때문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색다르게 다가온 이유는 수 십 년 만에 논 한가운데 날아 온 두루미를 목격하면서 부터이다.

그런 이곳의 논들이 반듯반듯하게 경지 정리와 수리 시설이 잘 되어져 있음을 본다. 자동차나 농사용 기계들이 다닐 수 있도록 농로들이 잘 닦여져 있어서 농사짓기에 편리하게 되어 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논들이 모내기를 마친 상태여서 갈색들판이 초록색으로 바뀌어 있다. 이곳 중부가 호남 쪽보다 추운 지역이어서 그런지 모내기 농사가 다소 빠른 것 같다.

모름지기 80년대까지만 해도 일일이 품앗이로 모를 심던 아기자기한 광경은 이제 찾아 볼 수 없다. 그 넓은 논들이 기계화 되어 손쉽게 심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당시 마을 사람들이 서로 품앗이를 해서 모내기를 할 때는 양쪽에서 직접 줄을 떼면서 일일이 손으로 심던 모내기 방식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벼농사의 경우 손으로 모를 심는다는 것은 그만만한 인력도 못 미칠 뿐 더러 불가능하기에 지금은 기계화가 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손으로 심을 때 논두렁에서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풍경이 그리워진다. 갓 지어온 수북한 밥 한 그릇에 통통한 갈치조림, 맛깔스런 상차림으로 일하는 사람은 물론 주위에 동네 사람 다 불러 들여 점심, 또 새참 먹던 훈훈한 인간애가 사라져 버렸다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는 가운데서 그 당시 보아왔던 흔치 않은 한 가지를 오랜만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다리가 늘씬하고 부리가 긴 자태가 일품인 하얀 두루미들을 보는 순간 마음이 기뻤다. 이에 지난 주간에는 작심하고 좀 더 그들을 가까이 스마트 폰으로 포착하기 위하여 논두렁길을 따라 걸으며 동영상까지 담아 두었다. 게다가 두루미가 있는 곳에는 또한 청둥오리들도 늘 함께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먹을 것이 많은지 논 한가운데서 먹잇감을 찾는 그들을 보며 낭만에 젖는다. 아마 그들도 강화가 청정지역인지 아는가 보다. 아니 그들이 논에서 자연식 먹이를 매일 먹는 것을 보니 그들을 통해 강화가 청정지역임을 알려주는 매우 근거 있는 증거가 아닐까? 이 또한 강화 쌀이 유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막내를 데리고 이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기껏해야 책에서 보는 정도 아니면 방송에서나 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두루미, 이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수 있는 생생한 자연생태 학습,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자연이 깨끗하고 생태계가 보존되어 논에서 볼 수 있는 두루미들, 개울가에서 손쉽게 보고 잡을 수 있는 가재와 다슬기들을 우리나라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날은 다시 올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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