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개월이 준 교훈
지난 4개월이 준 교훈
  • 송근종
  • 승인 2020.06.06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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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연회에서는 지난달 19일에 열린 제79회 정기연회에서 ‘감염병 확산 사태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총무를 중심으로 하는 코로나19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기독교타임즈 5.30. 기사)하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동부연회에서만큼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연회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한 것에 대해서 매우 고무적(鼓舞的)인 처사라 생각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타 연회 또는 본부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감리교회가 위기 가운데서도 선교의 사명을 잘 감당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4개월 동안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 교회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그로 인해 교훈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을 정리해 보면서 앞으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이 글에서는 개인적인 사견을 피력하는 것이니 앞으로 많은 모임에서 공적 논의를 통해서 교단 또는 연회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1. 먼저, 코로나로 인해 교회는 예배와 신앙활동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대비책을 강구(講究)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는 주일 현장 예배의 중단과 온라인 예배 활성화, 비대면 활동 요구 및 접촉 제한 등 감염 방지와 건강을 이유로 기존의 신앙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더욱이 정부의 지속적인 압력과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여 신앙활동을 축소하였습니다. 물론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건강과 안녕에 책임지는 자세로 활동을 자제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또다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모든 것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상태로 갈거냐는 것입니다. 그리고 온라인예배만 잘 준비하면 되는 거냐는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목회자와 중직자가 무엇인가 대비책을 강구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책을 마련하는 대책위원회의 연구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다시 제2의 코로나가 오기 전에 미리 대안책을 마련하여 메뉴얼에 따라서 교회가 운영되지 않으면 아무리 교회가 세상의 빛이라고 선언해도 세상은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두 번째는 모든 일과 행동에는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기독교에서는 성서와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성서를 기반으로 하여 그것을 해석한 신학이 우리 삶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립되지 않고서는 우리의 행동과 사역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으며 혼란을 주어 지속가능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재난을 당하면서 신학적으로 응답을 해 주지 못하면 여러 다른 입장의 관점에 휘둘려 비신앙적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반드시 재난에 대한 신학적 견해를 분명히하여 성도들이 혼동되지 않도록 도울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장로교신학대학교에서는 ‘코로나19’ 재난을 맞으면서 <재난과 교회>라는 책을 통해 신속하게 신학적 응답을 하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감리교회에서는 이에 대한 응답이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분명 감리교회에도 유능한 신학자들이 많을텐데 이런 신학적 응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제라도 감리교회 신학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재난을 대비하여 감리교의 신학적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 주기를 당부합니다.

3. 세 번째는 감리교회의 공동체 의식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이는 다시 말해서 어려운 감리교회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물론 지난 4개월 동안 개체 교회 또는 지방회, 동문 또는 동기회 등에서 어려운 감리교 형제 교회들을 돕기 위해서 십시일반 모금을 하여 전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그것이 너무 미미하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모든 자립 교회들도 다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그럴수록 더욱 함께 살고자 하는 공동체 의식의 약화입니다. 어려울수록 서로를 돌아보는 것이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일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리드(lead) 하지는 못해도 너무 뒤처지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변화를 너무 무시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무책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장 나의 미래뿐만 아니라 내 자식들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존의 가장 필수적인 조건인 조직과 몸집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덩치가 클수록 위기에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공간(월세 등), 인력(인건비 등), 업무(과거 지향적, 현실 안주형 등), 제도(교리와장정 등)도 전면 재검토하여 변화할 미래에 가장 적절한 형태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서 바로 왕과 요셉을 통해서 주신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실천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경제학자가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 위기이다’고 말한 것이 아직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위기 가운데 막연한 핑크빛 미래는 없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삼고 싶으면 지금부터라도 위기를 대비하여 무슨 일이든지 하지않으면 밝은 미래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필자의 변. 지난번 글의 제목인 ‘언컨택트 시대가 온다’에서 ‘언컨택트’는 요즘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언택트’와 동일한 의미의 단어입니다. ‘비접촉, 비대면’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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