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다섯번째 이야기
큰 나무 다섯번째 이야기
  • 이형연
  • 승인 2020.05.20 2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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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치곤 제법 거하게 비가 내렸다. 천둥과 번개도 치는 것이 한 여름의 소낙비처럼 요란을 떠는 통에 방잠을 설치고 말았다. 내가 속한 연회가 있어 장로님을 모시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섰는데 아직도 분이 안 풀렸는지 빗방울이 차 앞 유리를 요란하게 두두린다. 천둥번개가 많은해 풍년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공기 중의 질소가 번개에 의해 빗속에 녹아들어 땅에 떨어지고 이것을 식물이 흡수하여 몸을 키우기에 생긴 말인 듯하다.

연회 개회 예배는 별세 목회자의 추도예배를 겸하여 드려졌다. 무려 열 분이 지난해 목회 현장에서 그리고 은퇴 후 쓸쓸히 삶을 마감하셨다. 죽음이 삶과 연장선에 있다 해도 늘 놀랍고 가슴 저린 것은 사람이 격어야 하는 숙명이다.

열 분 중에는 내 결혼 주례를 서주셨던 목사님도 계셔서 서운함을 더했다. 은퇴 후 자주 뵙지 목한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에 눈이 흐려졌다.

살아생전 그분이 흘린 눈물과 탄식과 애타는 기도는 당신의 노후를 온갖 아픔과 질고로 채웠다. 비록 세상 것을 누리지 못한 삶이지만 그분의 삶에 동행하시며 함께 아파하시고 함께 탄식하시고 우셨던 예수님이 계시기에 위로를 얻는다.

그분의 청년시절 당신이 섬기던 교회에서 쫓겨나 거리에서 거적을 덮어쓰고 밤을 보내야 할 만큼 풍랑으로 가득한 삶을 사셨지만 그분의 눈물이 뿌려진 거리에 세워진 교회는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가 되었다. 그분의 섬김과 기도의 생활은 교회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우직한 목회는 나를 포함한 많은 목사들의 살아 있는 교훈이 되었다.

제자들이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라고 주님께 구할 때 주님은 나는 무익한 종입니다. 마땅히 하여야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눅17:1-10) 라는 말씀으로 응답하셨다. 열 분의 초상은 무익한 종의 얼굴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이 땅의 진정한 목회 적 삶을 구하는 목사들에게 무익만큼 큰 유익은 없다. 오늘을 치부의 기회로 삶지 않고 희망을 금과 바꾸지 않으며 배부르게 못할 것을 위해 은을 다라주지 않는 자의 삶은 고단하다. 옳은 삶을 위해 선택한 외로움을 후회하지 않으며 비겁한 잔을 들어 목을 축이지 않는 자의 삶은 타는 갈증으로 고통이다. 하지만 목회의 수고와 눈물과 탄식은 하늘을 울리고 땅을 흔드는 천둥과 번개이다. 순간에 사라지고 기억됨이 없지만 그 누군가의 영혼에 녹아 흡수 되고 그를 성장시키고 열매를 맺게 한다.

잠시 하늘이 밝아 오는듯하다 또 비가 내린다.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는 주님의 배려가 분명하다.

진정한 목회를 꿈꾸며 산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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