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웅난변(雌雄難辨), 저마다 훌륭하다 말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자웅난변(雌雄難辨), 저마다 훌륭하다 말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
  • 곽일석
  • 승인 2020.05.0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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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소 그가 가까이하는 벗을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습니다.

벌써 초여름인가 싶을 만큼 날씨는 점점 더 무더워지고 있습니다. 겨우내 가물었던 까닭에 어느 때보다 봄비를 기다렸습니다. 봄비가 온다고 하니 논두렁을 높이고 밤새 물을 가둘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두보가 '봄밤의 기쁜 비(春夜喜雨)'를 노래합니다. “봄비가 시절을 제 먼저 알아 때맞춰 내린다. 바람을 따라 살금살금 밤중에 스며들어 대지 위의 잠든 사물을 적신다(潤物). 하도 가늘어 소리조차 없다(無聲).” 봄비가 새로운 생명을 일깨우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 듯이, 우리가 사랑하는 감리교회도 봄비의 노래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10여년의 어두움과 절망을 몰아내고 희망의 새싹이 움텄으면 좋겠습니다.

제34회 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은평동지방의 선거권자에 대한 무권대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 미주자치연회도 7월 6일까지 선거권자를 선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합니다. 어쩌면 올해 9월 29일 선거일에 감독회장 선거는 할 수 없게 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아직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기 전에 송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선거무효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진행의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7월 6일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각 연회들이 선거권자들을 선출하고 이를 확정하여야 하는 까닭인 듯합니다. 만일의 경우 미주자치연회가 7월 6일까지 선거권자를 선출하지 못한다면, 불완전한 선거가 예견되는 상황으로 이듬해 연회를 넘기기까지 감독회장 선거가 미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감독회장 및 감독 선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면면들은 다들 저밖에 적임자가 없다고 하고 자기만이 해낼 수 있다고 자웅을 겨룹니다. 현재까지 뜻을 드러낸 분들이 목원 1명, 협성 1명, 감신 3명이라고 합니다.

자웅난변(雌雄難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경" '소아(小雅)·정월(正月)'에서 "저마다 제가 훌륭하다고 말하지만, 누가 까마귀의 암수를 알겠는가?(具曰予聖 誰知烏之雌雄)" 까마귀의 암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름 지혜를 가지고 조금은 냉정하게 이러한 상황을 분별하는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단순히 학연이라는 그룹핑에 매몰되어 예비 후보자들의 면면들을 검증할 수 없다면, 이것이 더 큰 과오가 아닐까 합니다.

전국시대 이극(李克)은 재상으로 누가 적임인지를 묻는 위문후(魏文侯)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평소에는 친한 바를 보고, 부유할 때는 베푸는 것을 보며, 현달했을 때는 천거하는 바를 보고, 궁할 때는 하지 않는 바를 보고, 가난할 때는 취하지 않는 바를 보십시오.(居視其所親, 富視其所與, 達視其所擧, 窮視其所不爲, 貧視其所不取)"

이렇듯 평소 그가 가까이하는 벗을 보면 사람됨을 알 수 있습니다. 부유할 때 베풀 줄 모르는 자가 궁해지면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아무리 궁해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고, 아무리 가난해도 취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법입니다. 이 분별을 잃으면 마침내 버린 사람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을 것입니다.주자(朱子)가 말했습니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이 있으면 능히 하지 않는 바가 있다. 이제 사람이 한결같이 안빈(安貧)하지 못하는 것은 기운이 꺾여 서 있는 다리가 후들거리기 때문이다. 염치를 모르면 또한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는 여사인(呂舍人)의 시를 인용했습니다. "사람만 만나면 구하곤 하니, 그래서 온갖 일 그르친다네. 逢人卽有求, 所以百事非."

사람은 시련과 역경의 시간에 그 그릇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염치없는 인간은 제 몸에 묻은 냄새 나는 물건은 못 보고, 남의 몸에 묻은 겨를 보며 야단하는 개와 같습니다. 그는 남을 해코지해서라도 제 처지를 만회해보려 합니다. 못하는 짓이 없는 것은 제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는 없는 말을 지어서 분란을 만듭니다. 남을 공연히 해쳐서 그를 미워하는 자에게 환심을 사려 듭니다. 그것으로 상황을 돌려보려 합니다.성대중(成大中)이 말했습니다. "아등바등 구차하게 먹는 것만 찾는 자는 짐승과 다를 게 없다. 눈을 부릅뜨고 내달리며 이익만 쫓는 자는 도적과 한가지다. 잗달고 악착같이 사사로움에 힘쓰는 자는 거간꾼과 꼭 같다. 아웅다웅 헐뜯으며 삿된 것만 따르는 자는 도깨비와 진배없다. 울끈불끈 나대면서 기세만 믿는 자는 오랑캐와 마찬가지다. 재잘재잘 떠들면서 권세에만 빌붙는 자는 종이나 첩과 같다."

사람이 짐승이나 도적같이 굴어서야 되겠습니까? 오랑캐처럼 날뛰고, 첩이나 거간꾼처럼 못된 궁리만 일삼아서야 되겠습니까? 결국은 제 도끼로 제 발등을 찍어 온갖 일이 어긋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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