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
  • 김욱동
  • 승인 2020.05.07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묵화 안갯속
마구잡이로 넘기는 책갈피처럼
고속도로가 스쳐가고
사선을 긋는 차가움으로
비늘 벗겨진 물고기 한 마리
눅눅한 아스팔트 위에 퍼덕이며
두고 온 푸른 바다를 꿈꾼다

청정한 미역 숲
거침없이 활공하던 지느러미엔
악착스런 물바구미 떼
별빛을 읽으며 깜박이던
맑은 예지의 눈
검푸른 주검의 그늘이 쌓인다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차라리 잃어버릴 사랑이라면
시퍼렇게 날 선 빗줄기 속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선홍빛 뜨거운 핏방울로
붉은 꽃, 꽃잎 되어 흩어지고

마지막 경련의 순간,
네 창백한 얼굴은
경직된 시신을 담는 그릇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