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시간도 기획상품인가?
예배시간도 기획상품인가?
  • 민돈원
  • 승인 2020.04.2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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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린 아이들의 주의집중 시간은 학자들에 따라 약간의 견해차가 있지만 대체로 생후 12개월 이전 아이의 집중시간은 1분이하, 생후 12~24개월은 5분이하, 생후24~36개월은 5~10분 정도로 본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수업시간은 40여분 단위로 늘어나고 중,고 수업시간은 대개 45-50분단위로 휴식시간을 거친 후 다음 수업이 진행된다. 대학에 가면 이보다 더 길어지기도 한다.

연극이나 음악회를 가면 보통 2시간 남짓 작품이 무대위에 올려진다. TV 드라마도 보통 1시간 전후로 편성되는 듯하다. 반면에 영화관에 보는 영화도 짧게는 1시간 아니면 보통 2시간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시간개념에 있어 느끼는 현상은 아이냐 어른이냐와 같이 나이로 따질 것이 아니라 그것이 관심있고 재미있는 경우이냐 아니냐로 구분되어져야 할 것 같다. 예컨대 어린이도 재미있는 게임을 보노라면 1시간이라도 그 자리에서 거뜬히 버틴다. 또 낚시광은 몇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있어도 지루함을 모를 것이다. 수다쟁이는 똑같은 사람끼리 만나면 몇 시간도 얘기가 그칠 줄 모른다. 사랑에 빠져도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역시 시간에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지라도 자기 관심에서 벗어나고 더군다나 재미가 없는 경우는 아이든 어른이든 짧은 시간도 지루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처럼 재미나고 관심이 많고 즐기는 것이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도박하는 사람은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파도 돈을 따는 재미에 그런 것도 잊고 그 일에 열정을 쏟는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그리스도인들이 드리는 예배로 화제를 한번 돌려보자. 학교를 다닐 때 매주 채플시간이 있었다. 당시 채플을 일정시간 패스해야만 졸업이 가능했기에 기독교 신앙이 아닌 학생들도 채플 참석은 의무사항이었다. 나에게는 의미와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기에 짧게 느껴질 만큼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는 시작부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졸거나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는 어떠한가? 매일 또는 매주 예배를 인도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고민해야할 문제가 바로 이 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성도들 입장에서 예배가 집에서 좋아하는 TV 드라마 보는 것 이상으로만 되면 문제될 일 없겠지만 그런 정도는커녕 오랫동안 신앙적 습관으로 인해 예배 참석해 온 자들이라면 예배드리는 시간 내내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연로하여 몸이 온전치 않은 분들은 예배 시간이 조금만 길어지면 투정이 나오기도 한다.

이 분들 만이 아니다. 젊은 층의 사람도 1시간 예배라는 프레임에 갇힌 자들은 이 프레임으로 설교자를 보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은혜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 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한국교회 예배 시간이 1시간 안에 끝나야 되는 경기의 룰처럼 인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원인 중에 하나가 주로 특정교회 예배 실황이 기독교TV에 방영되는 1시간짜리 맞춤형 예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예배 끝나고 나면 만나서 식사하고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예배 시간보다 때로는 더 많이 보내면서도 그 10-20분 초과하는 그 시간을 가지고 따지는 자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이런 사람에게 기도를 1시간하라고 하면 거의 고문에 가깝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오늘날 기도의 야성을 잃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한 자리에 앉아 기도를 10-20분, 1시간-2시간을 하는 사람 찾기가 손에 꼽기 힘들다.

마치 어느 전시 상품 코너 쇼 윈도우에 별로 값어치 없는 덤핑세일 내지는 기획상품을 전시해 놓은 것처럼 1시간짜리 맞춤형의 예배 시간으로 예배를 재단해 가는데 너무 익숙하게 길들여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이 시대가 빠르고 짧고 편하고 실용성을 선호한다하지만 바라기는 초월적 하나님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계시적 예배에 있어서만큼은 앞에서 언급한 왜곡되고 서두르는 예배가 남긴 건조함과 성령의 임재를 희석시켜 버리기보다는 풍성한 은혜를 사모하며 너그럽게 여기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여기에 이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애끓는 심정으로 구구절절 기도시간 역시 단축형이 아니라 늘어나는 한국교회 성도들을 만나기 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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