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왜 제 발 저리나?
교회가 왜 제 발 저리나?
  • 민돈원
  • 승인 2020.03.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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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지난 달 신천지집단에서 튄 불똥이 급기야 모든 교회로 확산되어가는 듯한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그 동안 정부에서 몇 차례 유독 교회를 겨냥하여 압박 수위를 높이더니 이번3.22 주일예배를 드린 일부 교회를 지목하여 결국 보란 듯이 행정력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해당교회를 행정수칙 조항을 들이대고 자극하는 초강수를 감행했다.

이에 분노한 특정소수의 격한 항의내용을 기사거리 삼아 부각시켜 언론 플레이하는 어용 방송언론 매체들도 여론몰이에 한 몫 거들었다. 변형된 바이러스처럼 마치 민생을 위한 것처럼 날조된 독재정권과도 같이 이 정권은 민주화의 후광을 입고 교회를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하게 만들고 있다. 비단 이렇게 위협해서 피해당한 교회가 단 한 개 처가 된다 하드래도 묵과하기 힘든 처사다.

이 정권이 이러고도 인권, 문민정부라고 미사여구 남발 할 건가? 게다가 여기에 편승하는 자들은 진정 정의 편에 서고 복음을 지키려는 이들을 향해 꼴통 보수로 매도하는 80년대 대학가를 매료시킨 무산계급-유산계급 투쟁설로 그들이 당할 때 써 먹던 짙게 학습된 이념체계로 공격하고 있다. 나는 수구꼴통의 기준이 무엇에 근거한 잣대인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사회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무관심 하는 교회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따라서 최근 계속되는 정부에 대한 교회 측의 반응을 보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상에서 피이드백을 주고받곤 한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를 보고 있노라니 이 속담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예컨대 ‘도둑이 잡히는 곳에 나아가면 그 발이 저절로 저리다’(도적취나 궐족자마 盜之就拿 厥足自麻)는 뜻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라는 속담이다.

도둑은 그렇다손 치지만 왜 교회가 지금처럼 심각하지도 않던 2월 초 함께 드리는 성전예배 포기를 아예 손수 선언해 버리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져 제 발 저린 격이다. 심지어 감리회 최고 수장은 국가기관에 무슨 뒤가 그리 켕겨서인지 기억하기로는 가장 먼저 가정예배, 온라인 예배 운운하는 낯 뜨거운 공문을 세간에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뒤이어 감독과 적지 않은 감리사들이 모여 회의한 결과내용은 어이없게도 앞장서서 같은 행보를 하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 3월13일자 감리회 홈피에 그 때와는 달리 감리회 수장은 금세 말을 바꿔 각 연회 감독들과 함께 아리송한 공동서신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이들의 변명은 줄곧 다수의 여론을 그대로 받아쓰기 한 ‘교회도 국가 안에 존재하기에 준법정신에 투철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되뇌고 있을 뿐이다.

최근 우리나라 한국교회를 보노라니 왠지 불현듯 이 속담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그런 인상을 떨쳐 버릴 수 없을 만큼 시간이 갈수록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넋두리가 아니었다. 엊그제 몇몇 뜻있는 신학자, 목회자들과 모여 우리 교단의 정권에 대한 무력함은 물론 현 정부의 무엄한 강압적 태도에 대하여 심도 깊게 논의한 결과 모두 공통된 우려였다.

결국 이런 지경에 이르도록 아랑곳 하지 않고 시약불견하는 교단의 최고 수장들은 언제까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인가?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이 뿐인가? 언제까지 평소 그토록 온갖 명예는 다 갖다 쓰고 말하기 좋아하는 혹자들이 한국교회 움직이는 인물이라느니 존경하는 10대 인물이라느니 하면서 주님 이름 빙자하여 명성 누리던 자들은 이런 때엔 잠수하여 현 시국에 일언반구도 못하고 어디서 숨죽이고 있는가?

한국교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헛된 공명심, 허세, 위선, 이중성 등 더 이상의 공치사를 그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틈을 노려 여지없이 교회 탄압의 선봉에 선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격려하고 치하하는 문정권의 교회 죽이기에는 어느덧 동반자가 되어 양날 가진 비수들,

이같이 교회를 짓밟는 악함에서 돌이키지 아니하는 이 정권을 향해 외치노라.

속히 초기 사태의 진실을 국민들에게 인정하고 하나님 앞에 전심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아울러 오만한 체면을 벗고 마음을 찢는 책임의식을 통감한 겸허한 자세의 본을 보이라.

그리고 누구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가슴치고 애통해하며 매 새벽마다 이 땅 고쳐달라고 복음의 노선에서 만큼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어 애절하게 부르짖는 다수 교회 앞에 와서 지금의 거침없는 무엄한 돌파를 속히 거두고 대신 진정성을 가진 사죄부터 먼저 하는 것이 마땅함을 촉구한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 마땅하건만 이젠 교회가 제 발 저리는 시대라고 여기기에 교회 거룩한 영역인 예배마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에 장단을 맞추라는 심각한 훼손에 대해서만큼은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그 어떤 의제보다도 무겁게 다뤄 결론지어야 할 0순위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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