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속에서도 평온한 심방
역병 속에서도 평온한 심방
  • 민돈원
  • 승인 2020.03.17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교회를 부임하는 경우 가장 큰 관심은 성도들 개개인이다. 그런 성도들이 모두 평생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낯선 교우들이다. 따라서 개개인의 이름도 모르고 설사 한 두 번 본다고 한들 특별한 몇 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얼굴과 이름이 일치가 안 되어 조심스럽다. 한 주 두 주 흘러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얼굴을 익히고 다소라도 친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심방이란 전통적 만남이다.

지난 1월 부임이후 그동안 이래저래 분주하게 지내다 보니 한 달 이상 심방 계획이 미루어졌다. 게다가 난데없는 코로나19 사태로 또 몇 주 연기하다 지난 3주전부터 부임한지 2개월이 지나서야 속별 부임심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교우들 가정 거의가 교회를 중심으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에 같은 속도원의 경우 그리 동선이 길지 않아 시간소비가 적은 장점이 있었다.

저녁 시간에 심방하는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전, 오후 시간대에 각 속장들께서 짜놓은 순서에 따라 교우들의 각 가정을 심방했다. 하루에 보통 6-7가정까지 짜 놓았기에 한 가정에 1시간도 채 머무를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끝나고 이동하는 시간, 중식시간까지 고려하다보니 사실 깊은 대화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아쉬운 점이기는 했으나 여운을 남겨놓는 것도 필요했다.

역병으로 인한 우려와는 달리 연로한 몇 분 교우들 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심방을 마칠 수 있었다. 심방을 모두 마친 이번 주간은 성도들이 파악되어 한 눈에 모습들이 들어왔다.

심방을 하다보면 몸이 아픈 분들이 적지 않다. 코로나 두려움으로 밀착하는 것을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부부가 함께 기도했다. 아내는 옆에서 같이 아픈 부위에 손을 얹고 기도한 후 마치고 나면 어떤 성도의 아픈 부위가 뜨겁고 자기 몸이 뜨겁다고 체험을 증거하곤 한다. 그 열은 코로나19 발열과는 전혀 무관하다. 코로나가 열에 악하다고 하니 이번 심방으로 성령의 불이 거세게 불어 임함으로써 악한 바이러스가 소멸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체적으로 성도들이 겉으로는 무표정하고 담담한 것 같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속마음으로는 신앙생활을 뜨겁게 하기를 원하고 있다. 심방을 다 마친 지난 토요일에 연로하신 부부의 따님이 부모님 뵈러 왔다가 우리 부부를 만나보고 싶다고 목양실을 찾았다. 현재는 천안에 거주하는 남편은 의사, 본인은 간호사인 부부로서 초등학교 때 이미 서울로 전학 갈 정도로 교육열이 뜨거운 가정의 맏 따님이었다. 그러면서 평소 이곳 문산교회를 위해 기도를 많이 해 왔다고 하면서 궁금하기에 새로 부임한 목사님에 대해 우리교회 나오시는 부모님이기에 여쭤 보았더니 우리 부부를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목사님은 성경을 중심으로 잘 가르쳐서 좋고, 제 아내는 아주 친절해서 좋다.’ 라고 한 말씀을 들려주었다. 그리고서 부모님이 주님을 잘 섬기다 주님 앞에 가실 수 있도록 영적으로 잘 지도해 달라는 당부를 남겨놓은 글과 함께 거듭 부탁 받았다.

이번 심방은 특별히 여느 때와 달리 역병속에서도 평온한 심방을 마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먼저는 성도들이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들 열심히 살아온 근면성실한 분들이었다. 교회 114년 역사만큼이나 성도들중에는 신앙의 뿌리가 4-5째인 가정들이 여러 가정 있었다. 더욱이 그들 믿음의 선조들 가운데는 교회에 기념비적이 될 만큼 크게 헌신한 분의 가정도 있었다. 목회자가 있는 가정 역시도 여럿이었다. 그러면서 몸이 아픈 분들이 무척 많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주님을 뜨겁게 체험하는 감격과 함께 위로부터 부으시는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은혜와 불같은 뜨거운 성령의 역사가 각 성도들에게 임할 때 살아계신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고 기뻐하는 변화된 성도들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으로 매 순간 기도하면서 때때로 시름이 닥쳐올 때마다 야곱과 같이 영적 씨름(창32:25)을 통해 새 일을 행하게 하실 주님과 오늘도 그 씨름의 현장속에서 하루하루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