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소도 목회다
대청소도 목회다
  • 민돈원
  • 승인 2020.02.0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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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도 목회다-

새로운 교회에 부임하다보면 내 경우에는 으레 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를 넘어 복수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간 내가 목회하던 교회에 부임할 때마다 보이는 일을 시름시름 잔일을 하게 된다. 특히 각각 성격이 다른 대대적인 큰 공사를 하는 일이 늘 준비되어 있곤 했다. 마치 부임의 서막과 같은 특이한 일이나 되는 것처럼 그러했다. 사실 그대로 두고도 별 문제가 없다면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교회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자신의 집이라고 할 때 가히 그렇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방치된 채 쌓여있기 때문에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대청소이다. 그런 교회가 크게 세 번이다.

첫 번째는 수년전 서울 잠실의 모 교회 부임했을 때이다.

당시 교회 자체 건물이었던 옥상내부에 커다란 물탱크를 통해 내부 수도설비가 되어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수도시설이 노후 부식되어 녹물이 나오기에 필터 장치를 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할 만큼 되어 있었고 더군다나 탱크에 담겨진 물이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데다 노후 된 배관을 통해 식수로 공급되는 결과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교인들이 모두 공감하는 바였다.

이에 부임하자마자 청장년들이 동원되어 옥상의 탱크와 수도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설로 교체하는 일들을 손수 하는 큰 공사가 벌어졌다. 장정들이 나서야만 할 수 있는 공사였다. 햄머로 부수는 등 상당히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4층 옥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쓰레기 등 폐기물들을 청소차등을 불러 몇 번을 실어 날렸다. 그런 후 내부 수도관설비도 다시 새로운 설비로 공사를 하였을 뿐 아니라 단창으로 되어 있던 2층, 3층의 유달리 많고 오래 된 고동색 창문들을 철거하고 전체를 이중창(화이트) 샷시 공사를 하여 산뜻하게 바꾸어 놓았다.

두 번째 역시 큰 공사는 가평지방 모 교회 부임했을 때였다.

어느 토요일 날을 지정하여 전교인 대청소를 선포했다. 그 중에 내가 부임하기 전 2층 건물로 된 슬라브 옥상이었을 때 건물이 누수가 되어 지붕을 씌우고 난 후 온갖 교회에서 쓰지 않은 것들을 이 곳에 쌓아 둔 것을 보았다. 게다가 참새들이 지붕 씌운 틈새로 들어와 새끼를 낳으려 물고 온 지푸라기들이 이곳저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아침부터 사람 한사람이 간신히 몸을 굽히고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고 먼지투성이인 그 옥상에 들어갔다. 지붕이 씌워져 있어 컴컴하기에 전기선을 끌어와 불을 켜고 마치 특공작전을 하다시피 내가 몸소 본을 보여 다른 1-2명과 함께 모든 쓰레기들을 밖으로 끌어냈다. 그동안 쌓아 두었기에 보이지 않던 별의 별 것들이 모두 벌거벗겨져 교회로부터 퇴출 명령을 받았다. 어떤 것들은 돈을 내고서 딱지를 붙여야 폐기 처분을 할 수 있기에 분리 작업을 해야만 했다. 그 일을 하는 동안 공기가 탁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으나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러고 나니 교회 안팎이 한층 청결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지금의 교회이다. 아마도 가장 많은 폐기물로 기록된 교회로 기억된다.

부임한지 5주째가 되던 주일오후 임원헌신예배 후에 대청소를 한다는 광고를 하고 각 구역별로 70세 이하 임원을 중심한 이름들을 세세하게 기록하여 청소 구역을 배치했다. 교우들이 근무하는 평일보다는 다수가 참여하는 주일 모든 예배 마친 후 하면 좋겠다는 제안에 따라 2월 첫 주인 지난주일 대청소를 실시했다.

역시 1층의 소 예배실 및 각종 룸들, 식당, 주방, 공간에 쌓여진 폐품들, 친교실, 목양실 화장실 등과 2층 예배당, 그리고 사택으로 연결된 다용도실, 그리고 외부 큰 창고2곳, 밖에 온갖 폐기물로 잔뜩 내 놓은 분량 등이 이미 대 청소전에 교우들의 1톤으로 5-6회 수시로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있던 폐기물들을 다시 끄집어 내다보니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계속 쌓였다. 3시부터 시작한 대청소는 30여명의 교우들이 힘을 모은 헌신적인 합동작전으로 6시가 될 무렵 말끔하게 정리되어 마쳐졌다. 아마 버린 쓰레기만도 1톤 트럭으로 10여 차례 이상 넘는 분량이었던 것 같다.

마치고 나자 재무부장 장로께서 수고한 교우들을 위해 교회 재정으로 저녁을 산다고 하기에 내가 다른 안을 제시했다. 성도들이 힘을 모아 수고한 마음이 담임목사로서 고마워 내가 대접하겠다고 말했다. 도중에 10여명이 다른 일로 귀가한 나머지 20여분들의 식사를 즐거이 대접하고 나니 내 자신이 더 기쁘고 뿌듯한 주일이었다.

교회는 소프트웨어가 물론 중요하지만 하드웨어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이 평상시 내가 가진 지론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의 인격, 내적 성품이 당연히 그 사람의 가치요 본질이지만 이에 외모까지 받쳐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는가? 교회 역시 내 집보다 더 깨끗하고 산뜻하고 접근성이 용이해야 하며, 사람을 끌 수 있는 외부적인 감각, 이미지가 좋아야 한다. 이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부임하는 교회마다 대청소를 하는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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