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이사 가는 날
  • 민돈원
  • 승인 2020.01.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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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직장과 대학을 다니기 위해 공부하거나 직장생활을 할 때 적지 않게 이사를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혼자 사는 때인지라 고등학교 때의 경우 자취, 하숙을 번갈아 가며 하다 이사를 할 때가 되면 지금처럼 자동차로 포장이사 하던 때가 아니었기에 그저 리어카 한 대 분량 정도로 수레 끄는 분에게 맡겨 함께 걷는 예컨대 아날로그 이사방식이었다.

세월이 흘러 목회를 하다 보니 이사를 여러 번 하는 일이 생겨났다. 농촌에서 중 도시로, 중 도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중 도시로, 그리고 다시 농촌으로 ...

경찰직 공무원중 일선 서장(총경급)들의 경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1년마다 보직이동을 당연히 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소유한 집을 일정한 지역-서울이나 대도시?-에 그대로 두고 직무상 몸만 이동하리라고 본다. 또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목회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물론 정기적으로 인사이동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목회자가 얼마나 자신의 집을 개인재산으로 살만한 여력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대부분이 보따리장사와 같은 형편을 면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임지이동을 하게 되면 교회에서 제공하는 사택이 있기에 그곳에 무주택 소유주로 잠시 종교시설이라는 이유로 면세가 되어 그런 혜택을 받고 담임목회하는 동안만 임시거처로 살아가는 정도이다. 어쩌다 형편이 넉넉한 교회야 은퇴이후 예우 차원에서 교회에서 은공을 기려 주택을 더러 구입해 주었다는 소식도 듣기는 하지만 극소수 교회에 불과할 뿐이다.

여려 차례 이사를 하면서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이사짐이라야 5톤~6톤 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번 주 이사할 때는 6톤 탑차가 부족하여 다시 2.5톤 탑차를 추가로 불러야 했다.

늦둥이를 하나님 선물로 주셨는데 아마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책들 옷가지들, 장난감들 등 기타 부속품들이 그 분량에 해당되었다. 게다가 이사 온 교회가 시간을 정확히 하지 않아 시간도 지연이 되어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게 되고 장판은 새로 깔았으나 더더구나 도배를 하지 못해 편하게 하려던 포장이사가 다음날 도배를 하기로 했기에 서재실로 가는 책을 제외하고 모든 사택의 집이 하나도 제자리에 정리하지 못한 채 마치 피난처를 방불케 할 만큼 어지럽게 널려둔 후 다음날인 오늘에서야 비로소 도배가 끝났지만 다시 모든 정리를 해야 하는 고역을 치러야만 하는 중이다.

이러다보니 지난 하룻밤은 외부에서 우리 4가족이 외박을 해야만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럴 때면 목회자는 참으로 난감하다. 교회분위기가 은혜로운 곳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이런데서 드러난다. 교회 임원 특히 중직자들이 평소 목회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열매를 이런 케이스를 통해 금세 식별이 된다.

어떤 교회는 평신도 원로들이 점심은 물론 으레 커피나 후식 등을 갖다 주기를 기다리며 섬김을 받으려 하는 것을 당연히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거기까지는 그렇다하지만 그런 분들이 최선봉에서 온갖 교회불평은 주도하고 심지어 목회자의 영역까지 지나칠 만큼 간섭을 한다고 직접 경험한 분의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목회는 목회자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목회전문가인 담임목사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교회를 사랑하는 자의 자세이다. 다시 말해 부족한 것을 조력하라고 임원들-장로이든 권사쯤 되면-을 세워 성도들을 온전케 하고 봉사의 일을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도록 주신 직분이다.

따라서 선임이든 원로이든 필요한 일에 협력하고 동역하는 파트너십의 관계가 되어야 건강한 교회, 평안한 교회, 나아가 재생산하는 교회가 되어 이 사회에 희망을 줄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잊으면 내부에 큰 소용돌이에 말려들어 새 가족도 잃게 되고 자체 내부 균열로 돌이키기 힘든 뼈아픈 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누가 교회를 균열시키고 교회로 등록하여 새롭게 신앙생활 하는 분들을 쫒아내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에 이제는 개체교회만의 힘으로는 한계성이 다다른 것 같다. 혹시 내가 헌금 못하니까 , 내가 봉사 할 마음이 없으니까, 계속 섬기지는 않으면서 대접만 받으려 하는 마음이 몸에 배서, 그리고 목회자에 대한 누적된 불신감 때문 등 등...

오늘날 교회를 주님이 말씀하신 “내 교회”(마16:18)를 그들은 주님을 빼고 내 교회를 “내(자신들)의 교회”로 전락시키는 일을 서슴치 않고 하고 있지는 않는지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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