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벼랑
  • 김욱동
  • 승인 2020.01.02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몰린 삶이
언제나 위태롭고 쓸쓸하다

철썩철썩 다가와
하얀 속살을 들어낸 채
온몸으로 부딪쳐 오는 사랑조차
껴안을 가슴이 없어
저만치 썰물 밖으로 드러난다

모진 바람이 불던 어느 날
척박한 뼘 치 흙덩이 위
앙상한 개망초 꽃대는
여지없이 꺾어져 내리고
비상을 배우지 못한 어린 새
풍랑 속으로 퍼덕이며 떨어지던 밤

물 위를 낮게 스치다 솟구치는
어미의 피 토한 목 울림에
까맣게 타들어가는 얼굴을
물과 하늘이 나뉘지도 않은
수평선으로 돌린 채
속으로만 꺼이꺼이 흐느끼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