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받아보는 사랑의 고추
10년째 받아보는 사랑의 고추
  • 민돈원
  • 승인 2019.11.0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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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공군교육사령부가 위치한 속사리라는 지역은 한 때 현재 혁신도시로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혁신도시가 들어오기 전 만해도 전국에서 속사고추로 유명한 대단위 집단 고추 비닐하우스 단지였다. 한 농가당 평균 600평짜리 3개동 정도의 하우스를 경작하던 곳으로서 각 농가의 일등 효자 종목이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 그 지역 전체 200만평이 혁신도시로 발표되면서 대대로 경작해 오던 자신의 땅 내지는 렌트해서 고추 재배를 해오던 적지 않은 하우스 농가들이 그 땅을 혁신도시에 내 주었다. 그리고 이 분들은 눈물을 머금고 다시 가까이, 때로는 멀리 동종의 고추 비닐하우스를 경작하기 위해 새로운 농지를 구입하여 하우스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2005년~2011년까지 바로 그곳 속사리에서 목회하던 교회에도 두 장로님 부부를 비롯한 중심 멤버들이 그곳을 떠나 지금도 다른 지역에서 하우스를 3동 이상 경작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난생 처음 농장에서 갓 따온 상품가치로 손색없는 고추가 식탁에 올라와 먹어 보던 그 경험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매우 상큼하고 차별화된 맛으로 기억된다. 그곳에서 목회할 때 그런 고추-녹광, 청양-를 비롯하여 피망, 파프리카는 수확철만 되면 감사하게도 거의 식탁에서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껏 먹을 수 있었던 싱싱한 최고의 먹 거리였다.

그 곳을 떠나온 지 거의 10여년이 되어간다. 그런데도 우리 가정은 해년마다 역시 농장에서 갓 생산한 그 고추를 지금도 여전히 먹을 수가 있다. 왜냐하면 추수감사절 시기가 되면 첫 수확이 시작되는데 꼭 이때쯤 당시 가장 신실한 분들 중 한 가정이었던 그 교회 권사님 부부가 자신들이 재배한 상품과 똑같은 1박스(10kg,사진)를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10여 년 째 지극정성의 마음을 담아 택배로 보내오기 때문이다. 너무나 고맙고 신실하여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분들이다.

그곳에서 목회할 때는 여러 가정에서 한 박스씩 가져오면 우리가 먹는 양이 얼마 많지 않기에 그 박스채로 전국에 아는 선배 목사님들에게 그 선물한 박스를 교우들 가족 이름을 일일이 기록하여 기도해 달라는 쪽지를 함께 넣어 보내던 좋은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1박스일지라도 잔뜩 채워 보내기에 양이 많아 아내는 우리 교우들에게 싱싱한 맛을 보라고 다시 선물하는 재미가 있다.

목사의 보람은 교회를 처음 발 내딛었을 때 주님과는 관심 없고 심지어 무시하던 사람이 삶의 주도권이 주님으로 바뀌어 교회에서 잘 섬기고 사회에서도 복음의 능력을 지니고 영향력 있는 자리에서 더 잘 섬기는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는 모습을 볼 때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의 보람이라면 이 부부처럼 비록 내가 섬기던 교회는 떠났을지라도 함께 있을 때 서로가 존경과 신뢰하는 영적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되면 이렇듯 서로 헤어져 얼굴을 보기 힘들지라도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는 주님 안에서의 영적 친밀감이 이런 정성스런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이런 교회가 성경에 나오고 있다. 바로 믿음의 소문이 마게도냐와 아가야까지 퍼져 나갔던 데살로니가 교회라고 여겨진다. 바울이 이렇게 그들에게 편지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지금은 디모데가 너희에게로부터 와서 너희 믿음과 사랑의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하고 또 너희가 항상 우리를 잘 생각하여 우리가 너희를 간절히 보고자 함과 같이 너희도 우리를 간절히 보고자 한다 하니”(살전2:17)

사는 것이 편리해져 가고 있다고 마음이 평안한 것만은 아님을 우리는 피부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세상이 삭막해져 가는 이 시대 교회마저 이런 프레임에 짜 맞춰가고 있지는 않는지 나 자신과 동시에 가까운 우리 주위부터 살펴보고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이다. 그래도 주님이 말씀하신 “내 교회”(마16:18)만 된다면 이 시대 진정한 희망의 보루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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