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을 무시하면 도루묵이 된다
민심을 무시하면 도루묵이 된다
  • 송근종
  • 승인 2019.11.02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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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감리교회 입법총회에도 여지없이 수많은 장정 개정안이 올라왔습니다. 감독 임기 조정부터 해서 선거법 및 은급법 등에 이르기까지 장정개정 위원들이 고민한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그 결과를 보니 가장 핫(hot) 한 안건들 대부분이 부결되었습니다. 그것도 많은 표 차이로 부결된 것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역시 천심(天心)은 곧 민심(民心)이다’는 것입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의 뜻을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엿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교단의 정치와 이해관계에 밝은 목사님이나 장로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주요 안건들 대부분이 이미 통과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였습니다. 목회 현장에서는 사례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월세에 찌들려 어려움 당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논리를 관철시키고자 떠들어 대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구역질이 나기도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감독 임기나 선거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예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선거 후 계속된 법정 소송에 이력이 난 탓일 겁니다. 그러면서 감독의 ‘감’자도 꺼내지 말라는 눈빛으로 압력을 받습니다. 감독 정치는 목회 현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고, 그것도 권력 지향적인 사람들에게나 관심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감독제도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없이는 현장 목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은급비 인상이나 은급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감독제도에 대한 회의감보다도 더합니다. 지금도 본부 부담금이나 은급 부담금 때문에 그나마 받는 최저 사례비도 줄어들고 있는데, 아무런 희망도 없이 젊은 세대의 희생만 강요하는 개정안은 회의를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지금 감리교회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 이하의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감정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무자나 장정개정위원들은 여전히 은급비 인상 논의로 교회 재정을 압박하고 목회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하면 공생(共生)이 아닌 공멸(共滅)의 결과가 올 것이라는 걸 애써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생계문제와 월세 문제로 이중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들을 죄인 취급하는 안이 상정된다는 이야기에 그럴 거면 아예 감리교회를 떠나 독립교회를 하던지 목회를 그만두는 것이 났겠다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천심이 담긴 민심은 전혀 듣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에서 보호할 기득권과 누릴 권리만 주장하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감리교회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예 무관심하거나 조용히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선배님들과 지도자들이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지 말고, 가까운 미래에 함께 살아가야 할 후배 동역자들의 형편을 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법을 입안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현장 목회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법들이 이번과 같이 도루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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