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大醫)가 필요한 시대
대의(大醫)가 필요한 시대
  • 송근종
  • 승인 2019.10.20 2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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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관악구의 한 식당에서 지방 목회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는데, 옆 좌석에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 예닐곱 분들이 동석하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가만히 말씀을 들어보니 요즘 광화문에서 매주 있는 태극기부대(?)를 응원하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말씀을 들어보니 정체가 타교단의 원로목사님들이셨습니다. 요즘 지나친 정치행보로 인해 교계 내외에서 말이 많은 전00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 목사 참 대단하고 훌륭한 목사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교회들도 나서서 그런 목사를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를 비롯해서 다른 동료 목회자들이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는 망언을 쏟아내는 이를 온 교회가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말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진보와 보수를 떠나서 오늘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누가 어느 집회에 참석하고 또 그런 서로가 서로를 정죄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보다는 함께 교회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하나 됨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오늘 교회 안의 진보와 보수 교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사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헤겔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정반합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제의 야당이 오늘의 여당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여당이 오늘의 야당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서로 부대끼다보면 못난 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좋은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문제는 그 둘 사이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고 더 못난 부분들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필자는 미성숙한 한국의 정치세태와 더불어 교회의 현주소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합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 매도해가는 풍토 속에서 진정한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병을 고치는 의사를 세 부류로 나눈다고 합니다. ‘소의(小醫)는 몸의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마음의 병을 고치며, 대의(大醫)는 세상의 병을 고치는’ 이라고 합니다. 오늘 한국교회와 정치현실을 보면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소의에도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대의가 되어서 세상의 질병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역사가 일어나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릇 대의가 되기 위해서 가져야 할 마음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세기45:5).

오늘의 역사를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고 때로 내가 고난에 처해도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 사용하신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면 세상일과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한 걸음 더 대의를 향해 나아가게 될 줄 믿습니다. 그런 대의와 같은 지도자들이 오늘 우리교회와 사회에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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