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한계상황 앞에서
인간의 한계상황 앞에서
  • 민돈원
  • 승인 2019.10.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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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할 수만 있으면 좋은 환경 좋은 대우 좋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려는 마음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어떤 사명에 붙잡혀진 사람들의 경우 이런 삶을 향유하기보다 스스로 힘들고 쉽지 않은 길을 자처하여 새로운 길을 내며 사는 분들이 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국내가 아닌 경제적으로 낙후된 가난한 외국에 복음전파 사명을 품고 가족과 함께 선교하는 선교사님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미력이지만 내 개인적으로 또는 교회에서 6명의 선교사님들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뜻에서 정기적으로, 또는 비정기적으로 물질적인 후원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물론 매일 기도하는 것도 그들을 매일 돕는 하루의 일과 중 하나다.

그런 선교사 가정 중에 캄보디아에서 선교하는 분의 딸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사연인즉슨 그 나라에 성행하는 뎅기열로 인해 의식불명상태라는 속보였다. 이 병은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모기에 물린 경우 뎅기 바이러스가 인체내로 감염되어 생기는 치사율이 높은 병에 속한다. 지난 한달 전 이런 일이 있은 후 매우 급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주전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우리나라 모 대학병원으로 급거 이송하여 의학적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있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귀국하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 선교사님 부부와 통화하여 입원해 있는 병원에 문병을 가게 되었다. 워낙 위중한 상태라 환자가 누워있는 중환자실은 병원측의 내규가 오직 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고 그 시간도 20분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이에 나만 들어갈 수 있었다. 기도하기 위해 침상에 누인 선교사님 딸을 관찰한 결과 눈도 말도 미동을 볼 수 없었다. 손목을 만졌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단 하나 호흡이 뛰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귀로 듣고 있을 거라 여겨 나지막이 주님의 사랑스런 딸에게 대화하듯 말을 건넸다. 이어서 찬송을 두 곡 불러 준 다음 간절한 마음으로 그 손목과 머리에 안수하며 의식이 회복되고 뇌의 가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대화중에 그 선교사님 부부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선교현지에서 이곳 한국에 이송하기까지에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긴박하고도 전적인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그것은 이 소식을 알게 된 몇몇 기독 의사들께서 현지까지 직접 가서 모든 수속을 밟아 이송의 과정들을 책임지고 협력했다는 감격스런 소식이었다. 즉 선교사님의 말처럼 자신들이 직접 나설 상황도 그런 여건도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반복된 표현이 맞는 말이었다. 결국 여호와 이레 하나님이 선한 의사분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이곳 한국으로 올 수 있게 한 것이다. 내가 간 날도 선교사님을 파송한 교회에서 매일 기도 순번을 정하여 병원까지 해당 팀들이 와서 비록 환자는 만나 볼 수 없지만 예배실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 날 내 딸과 같은 아비의 심정으로 그를 만나고 난 후 그는 나에게 이런 저런 몇 가지 무언의 교훈을 주었다. 무엇보다 저 나이 또래 애들이라면 한참 생기발랄하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지낼 나이가 아니던가? 그런데 미물인 독충 하나에 물려 온몸이 코마 상태가 된 인간의 나약함이다. 우리 모두는 아무도 내일 일을 알 수 없다. 이 때를 위해 사나 죽으나 주님의 것이라는 주객과 소속이 분명한 삶을 누구든 예외없이 사는 동안 준비해야 함을 말해 주었다. 또한 아무리 힘없고 고통스런 일이 있을지라도 내 의지대로 말하고 듣고 반응하고 수족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남아 있을 때 소리 높여 주를 찬송하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몸 받쳐 섬기고 살아야 마땅하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한계상황에 직면할 때 내게 가장 소중하고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일지라도 주님께 맡기는 준비를 사전에 할 줄 알아야 삶의 큰 충격을 최소화하는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다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고 그 선교사님 부부로부터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병원에 누워 있는 딸을 위해 인간 의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위대하신 손길을 통한 회복에 마지막 희망을 두는 이것이야말로 오늘도 기도를 멈출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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