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동네교회 찬가
동네병원 동네교회 찬가
  • 송근종
  • 승인 2019.09.07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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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필자는 오른손이 저리고 불편하여서 나름 전문의가 있는 강남의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때 진단명은 손목 터널 증후군이었습니다. 치료 방법으로는 먼저 약물치료(주사)를 하다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손목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술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필자는 수술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약물치료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까지도 간간이 팔이 저려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동네에 있는 한 정형외과에 가서 처음부터 다시 진료를 받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동네 작은 병원이라 대학 병원 같은 큰 병원 가서 다시 진료를 받으라고 아우성이었지만 저는 굳이 동네 작은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그 이유는 순전히 아내 때문에 만나 본 정형외과 의사 때문입니다. 아내도 얼마 전 강남의 큰 전문 병원에서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물리치료 등 후속 치료가 필요해서 동네 가까운 정형외과를 찾은 것입니다. 그곳에서 한 젊은 의사를 만났는데 그는 환자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보고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여러 방법들을 안내해 주면서 환자와 함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시간은 한참 흘러갔습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했지만, 환자 당사자에게 있어서 의사의 자세한 설명과 안내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의사에게 신뢰가 가기는 참으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나 본 큰 병원 의사들은 환자 개개인의 의견을 들어보거나 함께 치료한다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방법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환자는 자신이 지금 어떤 병에 걸렸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른 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의사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욱이 큰 병원에서는 분명히 손목 터널 증후근으로 진단을 내렸는데, 동네 병원 의사는 MRI 촬영 사진을 놓고 보더니 목디스크로 진단을 내렸습니다. 5번 척추가 뇌에서 각 기관으로 연결되는 신경을 눌러서 그동안 팔이 계속해서 저렸던 것이었습니다.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은 1단계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2단계 시술, 3단계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수술을 싫어하는 필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의사는 1단계부터 먼저 치료를 해보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요즘 즐겁게 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오늘 교회와 성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요즘 사회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득세하고, 교회 안에서조차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서 대부분이 대형 교회들을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목회자들한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지도도 받지 못하여 언제 어느 때 늑대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동네의 작은 교회들은 어떨까요? 신자 수가 너무 적어서 서로가 너무도 잘 아는 관계가 되어 불편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와 돌봄 가운데서 큰 위로와 기쁨을 누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비록 성도 수가 한 두 명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를 필요로 한다면, 그들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돌 볼 책임이 목회자들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동네 교회들이 존재하기가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동네 교회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동네 교회들이 좀 더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맡은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모으고 눈여겨보면 좋겠습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고군분투하는 동네 작은 교회들을 심방 하는 큰 교회들을 기대해 봅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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